[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올들어 처음으로 협력사 대표 모임을 갖고 유럽발 금융위기의 돌파구로 '품질향상'을 주문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 위기에도 가격할인정책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이라는 중장기적인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현대ㆍ기아차 및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경기도 용인 마북에 있는 인재개발원에서 협력사 대표 300여 명을 대상으로 품질 점검 및 위기 대응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대ㆍ기아차가 위기 대응을 위해 협력사 대표들을 소집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에도 협력사 대표 초청 행사가 있었지만 신년하례회 성격이 강했다. 특히 삼성, LG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기대응 움직임이 적은 현대ㆍ기아차가 직접 협력사 대표를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운 현대ㆍ기아차 품질담당 부회장은 최근 협력사 대표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불황 돌파구로 품질 향상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훈 현대차 구매본부장(부사장)도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강도 높게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품질 강화 및 위기 대응 지침은 오후 5시에나 마무리됐다. 한 참석자는 "전체 회의 뿐 아니라 분과별 모임이 별도로 진행됐다"면서 "힘들었지만 구체적인 위기 대응 매뉴얼까지 알려줘 유익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불황일수록 부품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만전을 기해달라"며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부회장이 위기 돌파구로 품질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장의 가격메리트로 고객을 유인하기 보다는 중장기 전략인 프리미엄 정책을 유지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도 "양적인 것 보다 질적 위주 성장이 중요하다"며 품질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협력사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5월 사이 미국 협력사 화재를 비롯해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신 부회장은 지난달 발생한 베이징현대 1공장 및 협력사인 장쑤위아 화재 등을 거론하면서 "이럴 때 일수록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고 화재 방지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이어 "각 협력사 별 사정이 다른 만큼 각자 매뉴얼을 수립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올해 판매 목표에 대해서는 연초 밝힌 700만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700만대 판매목표에는 변화가 없다"고 언급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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