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5-6회 SBS 토-일 밤 9시 50분
성인 남성의 육체 안에 숨어있는 순수한 소년성이라는 판타지는 백마 탄 왕자에 버금가는 로맨스의 필수 판타지다. 여기에서 ‘성인 남성’이란 전제는 단순한 어른이 아니라 완숙한 성적 매력, 재력, 사회적 지위를 겸비한 ‘남자의 자격’을 의미하며, 소년성이라는 것은 연애의 진정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완벽한 스펙을 갖췄으나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던 미숙한 남자가 그녀를 만나 진정한 어른 혹은 완전한 존재가 된다는 판타지가 그 실체다. 이것을 특히 잘 표현하는 로맨스 작가가 홍자매와 김은숙이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성인 남성과 소년의 육체가 뒤바뀐 KBS <빅>, 그리고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들뿐이다”라는 명제를 실천하는 <신사의 품격>을 통해 동시에 그 판타지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신사의 품격>에서 이수(김하늘)의 직업이 고등학교 교사인 것 역시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전략적이다. 윤(김민종)이 “고무줄 끊기”라고 표현한 도진의 저돌적인 구애는 동협(김우빈)의 애정 표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도진과 이수와의 본격적 인연이 동협과 그의 ‘맞장’에서 비롯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도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어른 남자와 소년의 경계를 재력과 섹스라는 지극히 단순한 도구로 갈라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어른’이란 단어는 도진의 자유분방한 성생활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품격’이란 말은 도진과 친구들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공적 공간에서 주로 등장한다. 결국 <신사의 품격>에서 40대 남성의 싱글 라이프란 강남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물질적 기호와 여자를 통해서만 묘사될 뿐, 정말 ‘나이듦’에 걸맞는 현실적 성찰을 보여주지 못한다. <신사의 품격>에 나이든 남성은 등장하지만 정작 어른의 연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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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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