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AD


단원의 특징
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개, 고양이, 닭과 함께 살아가는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유기(遺棄)라는 무거운 사회문제를 명랑하게 풀어낸 창작뮤지컬.
②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으며, <빨래>를 잇는 소박하면서도 진한 이야기로 그 해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③ 현재 두 번째 서울공연이 6월 24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진행 중이다.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성지순례 왔습니다: 고모령
박복녀, 지화자 두 할머니가 함께 살고 있는 대구의 한 고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당하던 이들이 이별하던 장소로 유명했던 고모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현인의 노래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도 유명하다. <식구를 찾아서>는 쓰레기가 많고 개발이 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화려한 도시가 가까이 있을 장소를 물색하다 대구의 한 그린벨트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비쩍 마른 몸만큼이나 꼬장꼬장한 박복녀의 허름한 집에 어느 날 꽃치마에 명품 가방을 든 지화자가 들이닥친다. 편지 한 통과 인감도장을 내밀며 이 집이 내 아들 집이라 우기는 화자와 원 거주자 복녀는 눈만 마주치면 싸우지만, 고모령 고개에서 화자의 고단한 인생을 들은 후 둘은 부쩍 가까워진다. 이별과 만남의 장소, 눈물과 웃음이 함께하는 고모령 고개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10_LINE#>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도시락을 만들어 봅시다: 김밥
한솥밥을 먹는다는 의미의 식구(食口)에는 애초부터 ‘혈연’이라는 조건이 없다. 그래서 <식구를 찾아서>는 이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을 ‘유기’로부터 시작한다. 화자는 요양원에서 쫓겨났고, 꼬(닭)는 ‘음식’으로서 시장에 팔리던 존재였다. 몽(개)은 주인을 잃고 헤매다가, ‘도련님’ 소리 들으며 살았던 냥(고양이)은 주인으로부터 버림 받은 채 “자동차 엔진에 기대어 자”다가 복녀를 만났다. 상처는 톱니바퀴 물리듯 서로의 빈 구석을 채워준다.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는 노인문제와 유기동물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극이 희망으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식구를 찾아서>는 두 할머니와 몽냥꼬가 함께 김밥을 싸고 봄소풍을 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 말리는 김밥처럼 팔걸이도 없이 다닥다닥 붙은 소극장에서 함께 웃고 우는 관객들 역시 그 공간적 유대감으로 식구가 된다.
<#10_LINE#>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오늘의 후크: 얄리얄리 얄라셩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식구를 찾아서>가 무작정 어둡지 않은 데에는 음악의 힘이 컸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괴담이나 동요 등 귀에 익숙한 소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편곡되어 소개되기 때문이다. 재래식 화장실을 두려워하는 회자에게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라 부르는 노래는 공포를 극대화하고, 어린 딸을 그리워하는 복녀에게 동요 ‘비행기’는 그 자체로 눈물이 된다. 뮤지컬배우 이석준은 이런 <식구를 찾아서>의 음악에 대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추억을 끌어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몽냥꼬는 ‘가시리’와 ‘청산별곡’을 ‘베사메무초’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위에 얹어 ‘가시리 가시리 잇고, 날 두고 가시리 잇고’라 노래한다. 한국의 고전문학을 차용해 만든 노래는 서양의 장르와 동양의 정서가 만나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얄리얄리 얄라셩’의 독특한 후렴구로 중독성 있는 후크송이 탄생했다.
<#10_LINE#>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숙녀의 품격: 여성 투톱 뮤지컬
최근 개막했거나, 개막을 앞두고 있는 작품 중에는 여성 투톱 뮤지컬이 많다. 기존에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부분의 뮤지컬들은 서사의 중심에 남성이 있었다. 여성이 극을 이끌더라도 <미스 사이공>처럼 모성애가 강조되거나, 정치의 최전방에 있더라도 <에비타>나 <엘리자벳>처럼 미모를 무기 삼는 이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식구를 찾아서>를 비롯해 <위키드>, <콩칠팔 새삼륙>은 다르다.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위키드>는 엘파바와 글린다를 서쪽과 동쪽을 대표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로 그렸고, 1931년 경성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콩칠팔 새삼륙>은 변화하는 시대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두 여자의 사랑을 얘기한다. 바야흐로 신사의 품격 대신 숙녀의 품격 시대가 왔다.
<#10_LINE#>
[뮤지컬전과] chapter 10. <식구를 찾아서>

진흙 속 진주를 찾아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006년에 처음 시작된 뮤지컬 페스티벌 DIMF는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뮤지컬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에도 열심이다. 그 결과 한해 DIMF에서 선정하는 창작지원제도를 통해 <마이 스케어리 걸>, <스페셜 레터>, <식구를 찾아서> 등이 태어났다. 오는 15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여섯 번째 페스티벌 역시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부터 연희단 거리패가 만드는 신작 뮤지컬, 판타지 요소를 가진 작품 등이 기다리고 있다. <식구를 찾아서>에는 거창한 캐스팅도, 번쩍이는 무대도, 독특한 설정도, 그 흔한 러브라인도 없다. 쉽게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70대 노인들의 이야기는 사장될 수도 있었지만, 구들장처럼 깊고 긴 여운이 그들을 꺼냈다. 진흙 속에 묻힌 수많은 진주들이 더욱 빛날 수 있기를.


사진제공. 스토리P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