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기억과 뮤지컬을 심문하다

시계아이콘01분 2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기억과 뮤지컬을 심문하다
AD


불이 났다. 네 명의 아이를 입양했던 박사는 죽었고, 그들의 유모 메리(추정화)는 전신화상을 입었으며, 아이들은 살아남았다. 아이들에겐 화재사건 전후의 기억이 없지만, 사건은 그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첫째 한스(정상윤)는 알콜중독에 빠졌고, 둘째 헤르만(강하늘)은 더욱 감정적이 되었으며, 막내 요나스(김대현)는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다. 그리고 유일한 여자아이였던 안나(임강희)는 말을 아꼈다. 매일 밤 동화책을 읽어주고 그들을 구출해낸 메리는 사라졌지만, 12년 후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혹은 진실을 알기 위해 다시 이 사건을 꺼내든 변호사 한스로 인해 직면하지 않았으면 했던 기억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 문 앞에서 <블랙메리포핀스>(이하 <블메포>)는 묻고, 아이들은 대답한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10_LINE#>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기억과 뮤지컬을 심문하다

수많은 모서리에서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기억과 뮤지컬을 심문하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블메포>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회전무대에 담았고, 베일에 싸인 기억은 겹겹이 쌓인 벽으로 풀어냈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안무와 연신 음울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만화 <몬스터>부터 뮤지컬 <쓰릴 미>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한 수많은 레퍼런스들이 떠오르고 후반부의 반전이 아쉽지만, 나름의 뚝심으로 미스터리를 구축해낸 서윤미 작가는 스릴러를 표방했던 그의 전작 <웰컴 투 마이 월드>에서 크게 진일보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힘을 실어준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특히 장남 한스 역의 정상윤은 툭툭 내뱉는 대사 톤으로 끝을 알 수 없는 길에서 헤매이는 자의 피로감을 생생하게 그려냈고, 안나 역의 임강희는 자신이 가진 청아한 목소리와 단정한 이미지로 인해 안나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순간의 분노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었다. 흩어진 구슬은 제법 무난하게 꿰어져있다.


하지만 <블메포>의 장르가 ‘뮤지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음악은 작품 안에서 가장 큰 문제로 작용될 수 있다. 서곡 격인 ‘1926년 그라첸 박사 대저택 화제사건’을 제외하고는 단 한 대의 피아노만이 반복적인 선율을 쏟아낸다. 이는 극의 중요한 모티브로 쓰일 수 있지만, 네 남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관계와 캐릭터의 심리상태,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기에는 너무 단조롭다. 가사를 지우면 16개의 곡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지금의 음악이 가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래서 <블메포>는 뮤지컬보다는 음악극에 더욱 가깝다. 이 같은 문제는 <블메포>와 비슷한 시기에 개막한 또 다른 창작뮤지컬 <풍월주>에서도 계속된다. 바이올린부터 해금에 이르기까지 현악기와 타악기를 이용한 다양한 음색은 <블메포>에 비해 음악적, 뮤지컬적 가능성을 내포했지만, <풍월주> 역시 극의 서사를 이끄는 음악으로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음악이 쓰이는 연극이 많아졌고, 연극적 서사의 뮤지컬도 많아졌다. 엔터테인먼트 장르간 문턱이 낮아지고 새로운 창작진들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장르별 법칙을 꼭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칙이라 이름 붙여진 것에는 긴 이유가 있다. 공연은 7월 7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10 아시아 글.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