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추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스페인의 장기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투자 적격단계의 최저 수준 바로 위 단계다. 투기등급보다 겨우 두 단계 위에 있다는 뜻이다.
피치 측은 "스페인 은행권의 구조조정 및 자본확충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인 6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며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최대 1000억유로(GDP의 9%)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당초 추정치인 300억유로(약 44조856억원)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피치는 은행 자본확충 비용을 600억유로로 잡을 때 스페인의 총 정부 부채가 오는 2015년 GDP의 9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올해 초 내년 말 기준으로 스페인 정부 부채가 82%까지 늘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피치는 "스페인이 당초 내년에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해와 내년 계속 경기침체에 놓일 것"이라며 "특히 대규모 대외 부채로 그리스 위기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제 신평사인 S&P는 스페인 은행들이 올해와 내년 800억~1120억유로의 대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스페인은 20억700만유로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그 덕에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는 6.282%에서 6.088%로 하락했다. 구제금융의 잣대가 되는 국채 금리 7%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이제 다소 누그러졌지만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아야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럽의회 내 중도우파 그룹인 유럽국민당의 안토니오 로페즈 이스투리츠 사무총장은 스페인 은행들에 1000억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왈트 노보트이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도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얀 키스 드 야거 네덜란드 재무장관도 "스페인은 은행의 재자본화를 필요로 하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은행 부실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마드리드 컨퍼런스에 참석해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부실 은행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감사가 마무리되고 정확한 부실 규모 및 필요 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은행 자본확충 방식에 대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는 오는 11일 끝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감사, 6월 중순 마무리될 또 다른 감사가 끝나기 전까지 은행 건전화에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스페인)=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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