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유로존 부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는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필요시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부양책을 암시했지만, 그 전에 유럽 각국 정부가 해법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ECB는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00%로 6개월 연속 동결했다. 드라기 총재는 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존 경제성장세가 매우 취약하며 경기하방압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ECB가 모든 방면에 걸쳐 면밀히 상황전개를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추가 부양 가능성도 문을 열어 놓았다. 드라기 총재는 "고정금리 무제한 단기대출 프로그램을 필요한 만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적어도 2013년 1월15일까지는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3개월 만기 고정금리 대출창구도 올해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ECB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1년짜리 대출 프로그램 외에도 1주일, 1개월, 3개월짜리 유동성 공급 창구를 운용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12월에는 13개월짜리 대출 창구도 개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가 예상하고 있는 유럽 금융권에 대한 3년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의 추가 시행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다른 기구들의 행동이 부재한 상황에서 ECB가 (3차 LTRO로) 이를 대신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해 유럽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이같은 부재를 메울 수 없으며, 각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도록 등을 떠미는 것 역시 ECB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국채 매입이나 LTRO같은 ‘비(非)통상적’ 수단은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면서도 “LTRO가 신용붕괴같은 심각한 문제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해 상황 악화시 추가 부양에 나설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ECB의 금리동결 결정에 대해서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반영한 결과이나 일부 ‘몇몇’ ECB 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유로존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를 -0.5~0.3%로 유지했고 2013년 예상치는 0.0~2.2%에서 0.0~2.0%로 소폭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올해 예상치를 종전 2.1~2.7%에서 2.3~2.5%로, 2013년 예상치를 0.9~2.3%에서 1.0~2.2%로 조정해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스페인 정부가 요청한 스페인 은행권 직접지원에 대해서는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안정화기구(ESM, 유로존 상설 구제기금)는 부실은행을 직접 지원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