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배구대표팀, '숙적' 일본에 석패···런던올림픽 자력 진출 불가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대한민국 남자배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런던올림픽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5일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배구 세계예선 3차전에서 일본에 세트스코어 2-3(22-25 26-24 20-25 25-19 6-15)으로 분패했다.

예선성적 3패(승점 1)로 7위에 머문 한국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기고 호주(승점 9), 이란(승점 5), 일본(승점 5) 등 상대 팀 결과를 지켜봐야하는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런던올림픽 본선 티켓은 이번 대회 상위 1팀과 아시아국가 중 1위 팀에 주어진다.

이날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올림픽 본선진출을 위한 분수령이었다. 앞서 한국은 이란과 세르비아에 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일본은 세르비아에 패한 뒤 베네수엘라를 꺾고 1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박기원 감독은 레프트에 전광인과 최홍석을 포진시키고 라이트에 김요한 대신 박철우를 투입하는 등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박철우(19득점)와 김학민(14득점), 신영석(13득점)은 고른 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그러나 양 팀 통틀어 최다득점을 올린 일본 에이스 타츠야(21점)를 막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1세트부터 팽팽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경기 초반 한국은 강한 서브와 집중력 있는 수비로 일본을 위협했다. 하지만 세트 중반 야마무라 코타에게 서브득점을 허용하면서 흐름이 뒤바뀌었다. 일본은 후쿠자와 타츠야, 코타로 연결되는 공격을 앞세워 첫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도 피 말리는 팽팽한 승부가 계속됐다. 김학민과 신영석을 앞세워 집중력을 발휘한 한국은 듀스 접전 끝에 한 세트를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은 잇단 공격 범실로 점수를 허용하며 3세트를 빼앗겼다.

위기에 몰린 한국은 4세트 들어 세터 한선수 대신 권영민을 투입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이선규의 서브득점으로 5-2까지 앞서나간 한국은 박철우의 선전으로 줄곧 리드를 지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의 5세트에서 한국은 초반 승기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박철우의 백어택과 김학민의 오픈 공격이 연달아 실패하며 순식간에 1-6으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결국 추격의지가 꺾인 한국은 집중력을 잃고 아쉬운 패배로 경기를 마감했다.

박기원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았지만 시합을 읽는 눈이 없었고 기복도 심했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희박하지만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답했다. 대표팀은 런던행을 향한 한 가닥 희망을 안고 6일 오후 4시 베네수엘라와 예선 4차전을 치른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푸에르토리코를 3-0으로 꺾었다. 호주는 이란을 3-1로 물리쳤고 세르비아는 중국을 3-0으로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