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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값 '반값떨이'에도 텅텅 빈 신림동 고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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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고시원 절반이 텅텅 비었다. 방값 파격세일도 수두룩하다"


장기 불황 한파가 신림동 고시촌을 휩쓸고 있다. 고시생 크게 줄었다. 3일 찾은 고시촌에서 한 중개업소 이모씨(46세)는 손사래를 쳤다. 9년째 이곳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이모씨는 "요즘 고시원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전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시원 뿐만 아니다. 단독주택을 원룸으로 개조해 월세 수익을 얻으려는 집주인들도 고시생 찾기에 혈안이다.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원룸주택 매물도 늘었다. 중개업소 한켠에는 단독주택을 매입해 원룸을 지어 노후에 대비하려는 고객이 있기는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수준이다. 얼마전까지 고시원을 짓겠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여기에 복병마저 만났다. 조만간 서울대가 대규모로 기숙사를 지을 계획이다. 기숙사가 늘면 고시원과 원룸주택 등은 더 힘겨운 경쟁을 해야한다. 서울대는 약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7개동을 짓겠다고 4월 발표했다.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상반기 중 건립부지를 확정하고 내년부터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빈 방이 남아돌자 최근 '반값 떨이'가 나타났다. 그만큼 세입자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월 임대료 40만원짜리 원룸이 19만원에 나온 것도 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림동만큼 숙식이 저렴하고 생활편의 시설도 잘 갖춰진 곳을 찾기가 어렵다"며 "고시생이 떠난 자리에 저렴한 주거공간을 찾는 초보 직장인들의 발길이 일부 보이기는 한다"고 말했다.


신림9동 고시원에 거주하는 양모씨(32세)의 사례도 그렇다. 양씨는 "변리사 시험에 실패한 뒤 계속 여기서 취업 준비를 했다"면서 "취업을 한 후에도 월세가 싸 그저 눌러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양씨 주변사람 두어명이 이곳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고시생들이 줄어들다보니 서점마저 활기를 잃었다. 고시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관계자는 "고시관련 서적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다른 종류의 책을 들여오는 등 판매 다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신 온라인 강의가 활기다. 그는 "책 판매가 준 대신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며 "온라인에서 고시를 준비할 수 있어 고시촌을 굳이 찾아 들어오지 않고 본가에서 머무르며 고시촌이 비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시생이 줄고 직장인들이 늘어나며 고시촌도 변화를 꾀하는 등 몸부림치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의 유입에 맞춰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고시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욕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의 고시원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욕실 등을 별도로 사용할 수 있게 불법 개조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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