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회계담당자 뜻하는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의 숫자경영, 그 불편한 진실
[아시아경제이상미기자]본말전도(本末顚倒). 일의 근본을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힌다는 뜻이다. 최고의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고 재무성과를 우선시한 기업은 결국 파산한다. 자동차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글로벌기업 GM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밥 루츠(Bob Lutz) 전 GM부회장은 회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위기를 초래한 범인으로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것을 움직이려는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를 지목했다. 빈 카운터스란 직역하면 '콩 세는 사람'으로 기업의 재무나 회계담당자를 뜻한다.
재무전문가들은 재무제표 상의 비용절감에만 몰두한다. '최고로 멋진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뒷전이다. 결국 현장에서 차를 직접 만드는 전문가들의 열정과 기술은 무너지고 만다. 저자는 "재무전문가들이 회사 운영의 실권을 쥐면서부터 GM의 자동차 품질과 매출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회사를 살리고자 한 그의 철학은 단순하다.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 자동차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1960년대 초반만 해도 GM의 최고경영진들은 멋진 디자인의 차를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캐딜락, 쉐보레 같은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1963년 GM에 입사해 BMW, 포드, 크라이슬러 부회장을 거쳐 2001년 다시 GM으로 돌아온 밥 루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최고의 제품으로 승부한다는 과거의 경영철학은 재무성과만을 추구하는 경영진의 방침 때문에 사라진 지 오래였고, 회사는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그는 제일 먼저 디자인팀에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다른 것에 영향 받지 않고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이다. 또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바꾸고, 지역별로 운영되던 시스템도 글로벌 생산체제에 맞게 조직했으며, 시대의 흐름을 맞춰 하이브리드 차량도 개발했다. 그 결과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던 GM은 제품개발로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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