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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 달 이른 여름이지만…불황에 보양식40%↓'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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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예년 같으면 건물 입구 한 쪽으로 쭉 줄을 서서 먹었을 정도였는데 올해는 손님이 30~40%가까이 줄었어."


40여년간 경기도 안양에서 보신탕집을 꾸려온 김모(70)씨는 "더위가 지난해보다 한 달이나 빨리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여름 보양식 특수를 체감하지는 못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은주가 29도~30도를 오르내렸던 2일 오후 1시. 축축 늘어지는 이른 더위에 몸보신 하려는 사람들로 보신탕·장어·오리 등 여름 보양식 식당들이 호황을 누릴 법도 하지만,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 여름철 입맛까지 싹 달아나게 하고 있다.


[르포]한 달 이른 여름이지만…불황에 보양식40%↓'뚝' ▲지난 2일 경기도 안양의 한 보신탕집. 이 식당은 여름만 되면 건물 밖으로까지 항상 긴 줄이 늘어져있지만 이날은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그나마 간단하게 '탕'만 먹고 가는 사람들로 가운데 좌석만 차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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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신탕집으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한 곳인 안양대교 보신탕집은 한창 주말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여야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약 330㎡(100평)규모의 자리 곳곳이 비어있었다. 이 식당은 여름만 되면 건물 밖으로까지 항상 긴 줄이 늘어져있어 '먹기도 전에 지친다'고 소문났던 곳. 그러나 이날은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그나마 간단하게 '탕'만 먹고 가는 사람들로 가운데 좌석만 차있었을 뿐이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가격은 1만3000원으로 지난해와 똑같지만 올 들어 다들 돈벌이는 시원치 않고 물가만 자꾸 오르니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 '장어'는 사정이 더하다. 장어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올라 말 그대로 '금(金)장어'가 됐다. 이에 장어를 찾는 손님도 지난해보다 반토막으로 줄고, 일부 장어 전문점은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매일 시세를 반영해 셀프 형식으로 판매하는 안양의 한 숯불민물장어 직판장 관계자(50)는 "올 초에는 1Kg에 7만1000원까지 갔었다"면서 "장어값이 너무 많이 오르다보니 소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은 가격이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도 장어값이 안정세라서 내린 게 아니라 워낙 비싸서 판매가 안되다보니 소비 촉진 차원에서 내린 것"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 이 시간대면 2층 홀까지 풀로 가동시켜도 자리가 없어 대기표까지 나눠줬어야 했을 텐데 올해는 손님이 전년대비 40%나 줄었다"고 말 했다.


이를 뒷받침해주듯 한 때 주차장 3곳이나 돌리던 자리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이날 점심시간에 주차된 차는 총 8대.


수 년째 이 집 단골이라는 직장인 최모(32)씨는 "시내에 있는 다른 장어집보다 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여름마다 가족들과 찾는데 오늘 와서 1kg에 5만9000원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에는 1kg에 2만4000원, 작년에는 3만8000원에 먹었었는데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르포]한 달 이른 여름이지만…불황에 보양식40%↓'뚝'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 '장어'는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올라 손님이 지난해보다 반토막으로 줄었다. 이날 시세는 1kg에 5만9000원.


이렇다보니 올해 문을 닫는 장어전문점도 속속 나올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인근의 또다른 장어집 식당 주인(47)은 "장어가 여름 장사인데 가격이 이 상태대로 떨어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찬바람 부는 10월, 11월 되면 폐업하는 곳 많을 것"이라며 "재작년, 작년에는 장어 가격이 싸서 장어전문점을 차린 곳이 많았는데 최근 장어값이 고공행진으로 오르다보니 올 초부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문 닫는 곳 여럿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어구이 가격이 비싸서 소비가 안 되다보니 올해부터 메뉴에 '장어탕'이라는 메뉴도 새롭게 추가했다"면서 "예전 같으면 장어 2Kg 먹을 양을 1Kg로 줄이고 대신 7000원짜리 장어탕으로 식사를 채우는 형식으로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름 보양식으로 잘 알려진 '보신탕·장어'는 그마나 사정이 낫다고 하는 곳도 있다. 일반인에게 아직까지 생소한 염소고기 전문점은 손님이 들어오면 넙죽 절부터 할 정도.


염소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황모(40)씨는 이날 점심, 손님 한 명 없는 식당 한 켠에서 무료하게 신문을 펼쳐 읽고 있었다. 황씨는 "재작년, 작년부터 손님이 꾸준히 줄어들어 올해에는 전년대비 40%나 감소했다"면서 "염소고기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있는데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자니 가뜩이나 없는 손님들 발걸음이 아예 끊길까봐 모든 식자재 인상 부담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식당 자체를 찾는 손님이 줄어 인근 상권이 죽어가는데 염소고기는 무슨 수로 접하겠냐"면서 "힘들다"고 혀를 찼다.


인터뷰 도중 남녀 커플이 들어서자 그는 황급히 펼쳐보던 신문가지를 치우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으며 "이제 겨우 한 테이블 받게 됐다"고 쓰게 웃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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