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新남자의 자격]양성평등시대 '허즈와이프' 그들이 사는법

시계아이콘03분 12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新남자의 자격]양성평등시대 '허즈와이프' 그들이 사는법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기자]
AD


“어디, 할 짓이 없어 밥상을 차리냐?” “부엌에는 발도 들여 놓을 생각하지 마라.” “이런 건 여자나 하는 일이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건 금기처럼 여겨졌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요즘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집밖의 일터를 주 무대로 삼던 것에서 벗어나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치부되던 집안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혼자 살아남기 위해 살림을 익혀야 하는 싱글남부터 고소득 아내의 외조를 위해 혹은 더욱 행복한 가정을 가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부 역할을 자처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육아와 요리도 척척 해내며 만능 살림꾼으로 변신, 웬만한 주부 저리가라다. 아니 오히려 뛰어넘는다. 나아가 ‘살림이야말로 남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외치고, “살림을 통해 삶, 가정의 행복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된 성(性) 역할이 깨진다는 점에서 분명한 사회적 변화다. 워킹맘에 대한 얘기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하우스 허즈번드’ ‘요리남’이 갈수록 늘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으니 격세지감이다. 여성들도 집안일만 하지 않듯이 이제 남성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요즘의 대세론이다. 남녀 중복 영역의 시대가 도래, 가사는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생존이자 가정 행복을 위한 필수 기술이란다. 더구나 요리의 경우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도 꼭 습득해야 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리 케이블TV ‘올리브’ 채널 신종수 팀장은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흘러가는 세계적 트렌드로 인해 요리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으로 관계를 맺고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생활 영역의 하나가 요리라는 이야기”라며 최근 기존 패션 및 여성 위주에서 요리 채널로 콘셉트를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터를 박차고 나와 기죽지 않고 신나게 프로 주부·프로 요리사로, 당당한 살림꾼으로 서겠다는 남성들. 이들이 말하는 ‘新 남자의 자격’을 들어본다.


살림·육아의 달인, 요리남의 시대가 왔다
변춘남씨는 '살림 왕'으로 통한다. 동네 주부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아내를 '바깥양반'으로 부르며 능숙한 살림솜씨를 자랑한다. 지난 1월 종영한 MBC 주말기획드라마 ‘애정만만세’에 등장하는 인물 얘기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춘남은 여자들이 보기에도 완벽한 살림꾼’이란 누리꾼들의 글이 줄을 이었고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춘남의 살림 노하우’라는 게시판이 운영되기도 했다. 최근 교보생명 CF에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여러 예능 및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요리하는 멋진 ‘훈남’들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살림하고 요리하는 남자들의 얘기가 비단 드라마, 광고, 영화 등에서 목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남자 전업주부가 5년 만에 34.5% 늘었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활동상태가 ‘가사’인 경우는 15만6000명으로 2005년의 11만6000명에 비해 34.5% 급증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달라진 시대상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남자 대학생 10명 중 7명이 남성 전업주부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 전업주부를 하고 싶은 이유로도 “전업주부 역할은 성별과 상관없다고 생각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업주부를 여성의 몫으로 간주하던 시선이 많이 사라진 셈이다.


해외에서는 벌써 가사노동과 양육에 동참하는 남성의 수가 계속 늘어 이제는 여성의 수와 비슷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 못지 않게 가부장적인 일본에서도 몇 년 전, ‘전업주부’라는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잘 나가는 광고회사에 근무하던 능력 있는 남자 주인공이 조기 퇴직 후 집안일을 하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아내에 대한 고마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 ‘이쿠맨’이 2010년의 베스트 유행어로 뽑히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인재 전쟁 시대, 여성 인력이 대안이 되려면’에는 미국의 추세도 언급돼 있다. 아내의 성공을 내조하는 ‘트로피 남편’이 증가, 이들을 위한 직장 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미국 경제지 ‘포춘’의 기사 얘기가 나온다. HP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남편은 아내가 MIT 경영대학원에 입학할 때부터 두 딸의 양육과 가사를 맡았고, 맥 휘트먼 전 이베이 CEO의 남편도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의사 일을 그만뒀단다. 미국 여성 CEO 중 30%가 트로피 남편을 뒀다는 통계도 있다.


[新남자의 자격]양성평등시대 '허즈와이프' 그들이 사는법


유통가 “허즈와이프를 잡아라”
앞치마를 두르고 청소기와 젖병을 든 남성의 시대, 유통업체들은 남성 살림꾼들을 겨냥한 갖가지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저렴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많은 온라인 쇼핑몰의 살림하는 남성에 대한 마케팅 열기는 뜨겁다. G마켓에서는 물에 살짝 담그면 세제가 저절로 나오는 ‘3M 스카치브라이트 크린스틱’부터 재질이 부드러워 볶음요리를 할 때 뒤집기 편리한 실리콘 주걱, 자동차에 쉽게 장착하는 유아용 카시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이 운영 중인 주방·육아용품 카테고리는 전체 구매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4~55%나 된다. 이용하는 남성 고객도 2010년은 전년 대비 20%, 2011년은 35%, 2012년은 28%가량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탕, 찜, 빵 등을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3만원대 만능조리기, 칼질이 서툴러도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1만~2만원짜리 채소 다지기의 반응이 좋다.


11번가는 손잡이 탈부착이 가능해 냉장고에 바로 보관하기 쉽고 세척도 쉬운 냄비, 일정량의 밥을 냉동실에 보관하다가 바로 렌지에 해동시켜 먹을 수 있는 ‘밥팩’이 인기몰이 중이다. 인터파크의 경우 음식물 냄새와 물기를 완전히 차단해주고 쓰레기가 손에 묻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락앤락 음식물 쓰레기통 3리터’, 배낭형으로 남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맬 수 있는 아기띠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터파크 쿡웨어사업부 김하나 MD는 “최근 맞벌이 부부들이 가사분담을 하면서 남편들이 원하는 실용성과 다양한 디자인 중심으로 구성된 요리, 육아, 가사 등의 생활용품의 호응이 높다”며 “이러한 생활주방 용품 선택에 남성들의 입김이 점점 커져 앞으로 남성 선호 제품들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GS샵이 지난 5월 27일 주말에 선보인 ‘필립스 에어프라이어’는 1시간 만에 1500여 세트가 판매됐는데, 구매 고객 중 15%가 남성이었다. 이틀 후 방송된 ‘휴롬 천연원액기’의 남성 고객 비중이 17%에 달했으며 같은 날 선보인 ‘쿠진아트 아이스크림 메이커’도 남성 고객이 15%를 차지,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홈앤쇼핑의 경우도 생활 가전 등이 총 주문 고객수 가운데 남성 비율이 46%에 달해 이 같은 추세를 뒷받침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