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포인트 전쟁..'적과의 동침'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유통가에 '포인트' 전쟁이 한창이다.

서로 다른 유통기업들이 포인트 적립과 이용을 공유하기위해 합종연횡(合從連衡) 하는가 하면 동맹을 끊고 '적과의 동침'을 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K캐쉬백은 지난 10년여간 포인트 적립과 활용을 함께 해왔던 이마트와 손을 놓았다. 이마트가 독자적인 포인트 카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OK캐쉬백과 밀월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 3월8일부터 '이마트 포인트 카드'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포인트 카드 이용전환을 권유해오고 있다.

이마트가 OK캐시백과 제휴를 철회한 것은 포인트 이용을 통한 고객정보의 활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마트로서는 포인트카드를 통해 고객들의 쇼핑 패턴을 확인하고, 마케팅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하지만 OK캐쉬백과 제휴에서는 이 작업이 쉽지 않았던 것이 결별의 단초가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와 결별한 OK캐쉬백은 닷새만인 13일 홈플러스와 포인트이용 제휴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상황"이라며 "OK캐쉬백은 이마트가 포인트 카드를 내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며칠 되지 않아 홈플러스와 손을 잡은 대표적인 이합집산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서로 다른 업종간의 결합으로 윈-윈(win-win) 효과를 찾은 곳도 있다.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옥션과 제휴를 통해 지난 21일부터 옥션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 할 경우 '해피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옥션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쌓은 포인트로 던킨도너츠의 도넛을 사먹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옥션은 이를 통해 SPC 고객들을 옥션으로 끌어모을 수 있고, SPC도 마찬가지로 옥션의 고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어 상호 윈윈 게임을 한 셈이다.

또 GS리테일은 지난해 11월 한국 스마트 카드와 손잡고 '팝카드'를 출시했다. 팝카드를 이용하면 'GS&포인트'와 SPC그룹의 '해피포인트', 티머니 교통카드의 'T마일리지'를 하나의 카드로 동시에 적립할 수 있다. 포인트 자체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의 이용편의를 위해 3개 업체가 뜻을 모은 것이다. 덕분에 던킨도너츠와 미스터도넛에서 같은 카드를 이용해 포인트 적립을 할 수 있게 됐다.

옥션은 현대카드와 제휴를 통해 현대카드 'M포인트'를 활용해 구매금액의 10%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도 내놓았다.

유통기업들 사이에 포인트 합종연횡이 활발해진 까닭은 그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포인트 적립 제도는 자사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자사의 고객을 다시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이처럼 제휴처를 늘리는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붙잡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제휴 브랜드를 늘리면 고객의 풀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겹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 교류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