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지금 강연의 제목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뭘까요?"
30일 저녁 8시 부산대 경암실내체육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강연 도중에 질문을 던졌다. "복지, 정의, 평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너무나 많지만 가장 중요한게 뭘까요?" 3000여명이 관중이 모인 가운데, 1층 방청석 뒷편에서 한 중년남성이 큰 소리로 "안철수"라고 말했다. 방청객들 사이에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철수 원장은 미소를 짓더니만 못들은 채 하며 "소통과 사회적 합의"라며 강연을 이어갔다. 해프닝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안철수 원장에게 7개월째 보내는 높은 지지율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다. 이날은 19대 임기가 시작된 날이고 안 원장의 고향인 부산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언론의 관심이 컸다. 신문,방송 등 전국에서 100여명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 대선경선체제에 들어선 정치권도 '안철수 입'에서 뭐가 나올지 궁금해했다.
안 원장은 하지만 정치권에서 필요한 것(대선출마,정치본격화)들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중"이라며 애둘러 말했다. 그는 "사회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리"라며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말 서울대 강연에서 "사회발전 도구라도 쓰인다면 저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발언의 톤과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4.11 총선 이후 고향에서 강연을 재개한 터라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안 원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사회의 미래 청사진과 국정 철학을 밝혔다. 지난 4월 경북대 강연에서 기업의 성장과 일장리 창출을 중요시한 이른바 '철수 노믹스' 밝힌 그는 이날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는 복지, 정의, 평화"라고 말했다.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핵심 정책의 열쇳말을 들고 나왔지만 출마얘기는 없었다.
이도저도 아닌 안 원장의 모호한 발언과 행보는 정치권과 국민들에 피로감만 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진보진영에서는 안 원장이 아예 대선에 나가지 말라는 주장도 나오고 한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가량이 '안철수의 대선 불출마'를 택했다 안 원장이 더이상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면…"이라는 말 대신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안철수 현상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본격화됐다. 이미 7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200여일 뒤면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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