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텔서 유서와 함께 시신 발견...저축銀 관계자 '네번째' 자살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수천억원대 비리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아 온 미래저축은행 여신담당 여성임원 김모 상무가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발발한 이래 저축은행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김 상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 모텔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김 상무가 비리혐의 수사에 대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최운식 부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김 상무에 대한 출석을 통보한 상태였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 상무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모두 다섯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밀항을 시도하다 검거돼 재판에 넘겨진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 빼돌린 회사자금 중 일부가 김 상무에게 보관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 상무를 상대로 김 회장이 빼돌린 회사자금의 행방, 김 회장이 차명 보유한 카지노의 소유관계와 동생 명의 대출 및 불법대출 경위 등을 추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5일 김 상무로부터 김 회장이 빼돌린 회사자금 중 10억원을 회수해 재예치한 뒤, 전날 "김찬경이 빼돌린 20억원을 김 상무가 보관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날 20억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10억 반환 및 불법대출 가담자 관련 두 차례 진술서를 받았을 뿐 김 상무의 신분은 피의자가 아니다”며 “피해자들을 돕고자 자산 환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일이 빚어져 유족에게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 본점이 자리한 제주도의 여신업무를 전담해 온 김 상무는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김찬경 회장을 보필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세 차례에 걸친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 비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다 자살을 택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정구행 제일2저축은행장과 차모 토마토2저축은행 상무, 올해 초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6일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금융당국의 세 차례 구조조정으로 침체된 업계는 김 상무의 자살 조식에 더욱 어두운 표정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들의 심각한 전횡이 밝혀지면서 저축은행 비리에 가담한 임직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가뜩이나 좋은 소식이 없는 와중에, 이 같은 비보가 들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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