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모텔서 유서와 함께 시신 발견, 정확한 사망경위 조사중...저축銀비리 관계자 '네번째' 자살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김현정 기자]미래저축은행 여신담당 여성임원 김모 상무가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 관계자가 부실 및 비리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는 과정에서 자살을 택한 것은 지난해 1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발발한 이후 네번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김 상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 모텔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김 상무가 비리혐의 수사에 대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최운식 부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김 상무에 대한 출석을 통보한 상태였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 상무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세 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앞서 검찰은 밀항을 시도하다 검거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 빼돌린 우리은행 예치 회사자금 중 일부가 김 상무에게 보관된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검찰은 김 상무가 첫 출석한 지난 5일 김찬경 회장이 밀항 직전 건넨 10억원을 돌려받아 저축은행 계좌에 재예치했다. 검찰은 24일 "김찬경이 빼돌린 20억원을 김 상무가 보관하고 있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해 이날 출석 통보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서를 작성하는 등 김 상무를 상대로 정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며 “피해자들을 돕고자 자산 환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일이 빚어져 유족에게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김찬경 회장이 차명 보유한 제주도 카지노의 오너로 김 상무가 지목돼 관련 진술서를 한차례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저축은행 본점이 자리한 제주도의 여신업무를 전담해 온 김 상무는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김찬경 회장을 보필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세 차례에 걸친 퇴출 과정에서 저축은행 비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다 자살을 택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정구행 제일2저축은행장, 토마토2저축은행 임원, 올해 초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 등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6일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금융당국의 세 차례 구조조정으로 침체된 업계는 김 상무의 자살 조식에 더욱 어두운 표정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들의 심각한 전횡이 밝혀지면서 저축은행 비리에 가담한 임직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가뜩이나 좋은 소식이 없는 와중에, 이 같은 비보가 들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김현정 기자 alpha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