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지난 주말 권모(30)씨는 5월의 신부가 되는 대학 동기의 결혼식장을 찾아 뷔페를 이용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각 테이블에 구비해놓은 음료수 크기가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반 콜라는 355ml짜리이지만 이날 권씨가 마신 것은190ml. 권씨는 "식대에서 음료수 가격을 계산할 때 2000원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가격은 그대로 받으면서 양은 줄이는 식으로 눈속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예식장에서 제공하는 음료수의 크기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는 무조건 병 개수로만 계산하는 예식장 특유의 계산법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뷔페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맥주 사이즈도 500ml에서 330ml로 줄어 지금은 으레 '예식장 맥주=330ml'가 당연하듯 통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예식장들이 식대 산정 시 음료수 가격을 병으로 일괄 산정하고 있다. 콜라ㆍ사이다는 2000원, 소주 3000원, 맥주 4000원인 식이다. 그러나 이들 예식장에서는 병 개수로만 따지기 때문에 용량(ml)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어 '콜라 50병'으로만 계산하지 '330ml짜리 50병'인지 '190ml짜리 50병'인지 정확하게 따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예식장 계약을 할 때 식장 대여비, 꽃장식비 등 큼직한 지출만 신경쓰고, 일일이 음료용량이나 가격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예식장에서는 음료값을 아예 식대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목동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식대 3만2000원에 음료 무제한이 포함됐다"면서 "어차피 음료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포함하는 게 당사자들한테도 유리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나 식사에 음료가 무조건 포함된다면 식대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특급호텔의 음료 가격은 더 비싸다. 음료 4500원, 맥주 8000원선. 일반 소매점에서 살 때보다 4~5배 부풀려지는 셈이다. 특히 일부 호텔에서는 테이블 당 와인 1병씩 놓는 것을 필수로 하고 있어 하객 300명 기준 시 150만~160만원이 와인값으로 들어간다.
지난해 결혼한 이모(30)씨는 "음료수를 밖에서 별도로 조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렇게 작은 용량인데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을 내 억울하다"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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