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칸 경쟁 부문 진출한 ‘하녀’(2010)가 국내에서 230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제 편하게 영화 찍을 수 있겠구나 여겼지만 착각이었다. 이후 ‘돈의 맛’으로 재벌 얘기를 본격적으로 그린다고 하니까 대기업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오기가 생겼다. 꼭 이 영화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만난 ‘돈의 맛’ 임상수 감독(51)은 격앙돼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그때 그 사람들’), 한국 재벌가의 비하인드 스토리(‘하녀’) 등 그가 내놓는 작품들이 유독 거대한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탓이다. 지난 2010년 ‘하녀’에 이어 두 번째 칸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한 ‘돈의 맛’은 ‘하녀’에 이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이야기와 허위 의식을 탐구하는 영화다.
임감독은 ‘돈의 맛’ 제작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잘 아는 배우 하나는 나에게 절대 ‘돈의 맛’ 시나리오를 업계 최고의 영화 투자·배급사에 보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 회사 위선에서 ‘하녀’를 상당히 ‘불쾌’하게 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다른 회사도 극 중 다뤄지는 이야기가 그들의 실제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며 투자에서 발을 뺐다.” 또 임 감독은 “’하녀’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는 의아했다. 그러나 ‘돈의 맛’은 꼭 경쟁 부문에 들어가야 한다는 초조감을 느꼈다”며 솔직한 칸 진출 소감을 밝혔다.
과거 한국 영화들은 칸에서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임권택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밀양’(이창동 감독)의 전도연이 여자연기상을 받았다. 또 이창동 감독과 박찬욱 감독은 각각 ‘시’와 ‘박쥐’로 각본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영화제의 1등상인 황금종려상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상태다.
임상수 감독은 “곧 탄다.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이창동·박찬욱·홍상수·봉준호 중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올해 홍상수·임상수 이렇게 한국에서 가장 똘똘한 감독 둘이 왔는데 올해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도 그렇고,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등 과거 칸의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언더독(Underdog, 비주류)이다. 내가 한국의 대표적인 비주류 감독이다. 어느 정도는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공식 경쟁 부문 진출작 22편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돈의 맛’은 25일 두 차례의 프레스 스크리닝과 26일 오후 10시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의 갈라 스크리닝(Gala Screening)을 앞둔 상태다.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남·여 연기상 등 이번 영화제 주요 수상 결과는 27일 오후 7시 공식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칸(프랑스)=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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