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거액의 달러를 수차례에 걸쳐 라면봉지에 숨겨 필리핀으로 밀반출해 온 필리핀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송금을 의뢰받은 원화 160억여원을 달러로 바꾼 뒤 라면봉지에 담아 보낸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필리핀인 무등록 환전업자 L(58)씨를 구속하고 중간모집책 M(29)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L씨는 1993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에 중간책을 두고 국내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송금을 의뢰받은 뒤 자신의 59개 은행계좌에서 꺼낸 돈을 라면봉지 안에 각 3000~5000달러씩, 한 번에 3만~6만달러를 숨겨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송금 의뢰자들로부터 1회 5000원의 수수료 명목으로 약 1억5000만원의 부당이득과 100달러당 약 800원의 환차익으로 12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L씨 등은 라면봉지 중간 부분을 칼로 자른 뒤 그 사이로 지폐 100달러권 30~50매를 집어넣고 비닐 테이프로 밀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위조된 라면을 운반책들이 개인소지품에 담으면 공항 세관 엑스레이(X-ray) 검색 때 쉽게 적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L씨는 월급이 밀려 본국으로 돈을 보내지 못하는 필리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할 경우 찾아가 협박하거나 돈을 갚지 못한 채 자국으로 귀국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현지 환치기 조직원들을 동원에 협박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35명의 중간 모집책 및 운반책의 행방을 쫓는 한편, 같은 수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한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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