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올 1분기 동안 28억4000만달러…29.8%↑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투자가 부품·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3일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1년간(2011년 2분기~2012년 1분기)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28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9.8%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이 한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에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연구개발(R&D) 활성화 및 국내 고용 확대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의 대한 투자가 급증한 것은 기업의 경영여건상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과 법인세율·전력요금·자유무역협정(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 일본보다 낫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 ▲높은 법인 세율 ▲인건비 부담 ▲엄격한 환경규제 ▲FTA 체결 지연 ▲대지진 이후 전력 수급 불안 등 이른바 6중고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의 대한 투자 확대는 삼성·LG·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부품·소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스미토모화학(터치패널 공급)·덴소(맞춤형 자동차 부품)·OSG(절삭공구) 등은 주요 고객인 한국 기업의 최신 제품 개발 및 생산과정에서부터 이에 부응하는 부품·소재를 개발·공급하기 위해 대한 투자에 나섰다.
또한 아사히카세이·미츠비시레이온 등은 대한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유럽연합(EU)·미국 등 세계 주요 시장과 구축된 우리나라의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일본 대한 투자의 주요 특징은 발광다이오드(LED)·터치패널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2차 전지·탄소섬유 등 첨단 부품·소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도레이(탄소섬유)·우베코산(휘어지는 디스플레이용 폴리이미드 기판)·알박(한국초재료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JX닛코닛세키에너지(GS칼텍스·SK루브리컨츠·SK종합화학 등과 합작)·미츠비시화학(포스코켐텍과 합작) 등은 우리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국내 공급은 물론 제3시장으로의 수출도 도모하고 있다.
명진호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한·EU, 한미에 이어 한중 FTA까지 체결될 경우 대한 투자가 크게 늘 것"이라며 "한국이 생산 거점 및 수출 기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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