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2012년의 필살애교 ‘뿌잉뿌잉’으로 유명한 배우 이종석(24) 이야기다. 그는 186cm의 훤칠한 키에 턱없이 작은 얼굴, 거기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옷 잘 '받는' 슬림한 몸매의 소유자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평균 이상 육체에 어울리게 이종석의 최근 행보는 거침없다. 2010년 초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천재 뮤지션 ‘썬’ 역으로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이종석은 스타 피디 김병욱의 통산 세 번째 하이킥 시리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시즌 1·2의 정일우와 윤시윤에 이어 가파른 스타덤에 올랐다.
이제 영화 차례다. 3일 개봉된 영화 ‘코리아’에서 그는 북한의 탁구선수 최경섭 역으로 분해 TV 드라마 속 귀여운 이미지와는 판이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을 선보이더니, 8월에 개봉되는 블록버스터 ‘R2B: 리턴 투 베이스’에서는 정지훈·신세경·정석원 등과 앙상블을 이뤄 대한민국 최고의 천재 조종사가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종석은 6월 초부터 당대 최고 신세대 스타들만 맡는다는 공중파의 생방송 가요 프로그램 진행자로 등장한다. ‘시크릿 가든’이 한창 방영 중인 일본에서 조만간 팬 미팅도 잡혀있다. 이 지점에서 결론을 내렸다. 이종석은 말 자체가 요즘 트렌드가 된 ‘토털 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연예인일 것이라 여겼다.
완전히 틀렸다. “절대 토털 엔터테이너 아니에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 하는 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에요. 사람들의 이목이 저한테 집중되면 몸이 먼저 반응해요. 목 주변이 거무튀튀할 정도로 새빨개지죠. 이런 제가 TV 버라이어티에서 잘 할 리 없죠. 오죽하면 작가 누나들에게 프로그램에서 말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입니다. 아주 다행은 자연인 이종석이 아닌, 극 중 캐릭터가 되어 말하고 행동할 때는 그다지 떨리지 않아요.” 모든 것을 다 잘 할 것 같은 ‘뻔뻔’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종석의 유일무이한 꿈은 연기라는 말이다.
이종석은 배우가 되기 위해 꽤 많은 길을 돌아와야만 했다.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꿈꾸던 배우로 불리기까지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고등학교 3학년 열 아홉 살의 나이에 그는 이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대기만성이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어느 정도 배우의 ‘감’을 얻었다면 ‘코리아’로는 배우의 성취감을 처음 경험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것들이 그의 눈에 삼삼하지만, 다행히 문현성 감독의 세심한 디렉션이 있었다. 대선배 배두나와 하지원의 치열한 완벽주의도 신인 배우에게는 큰 자극이 됐다. 좋은 환경에 이종석의 겁 없는 패기가 더해졌다. 꽤 그럴듯한 북한 말 대사와 무심한 시선 처리, 꾹꾹 누르는 감정 표현 등 ‘코리아’ 속 최경섭의 근사함은 이렇게 생겨났다.
이종석은 얼른 서른 살이 되기를 바란다. 빨리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다. 순전히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이유 있는’ 욕심이다. “김수현이나 신세경, 유아인 등 다른 20대 배우들 연기 보면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나이나 인생 경험이나 다 비슷할 것 같은데, 감정 전달이나 대사나 저와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면서 제가 “와!’ 하고 박수칠 날이 과연 오긴 할까요?(웃음)” 아직은 아니지만,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이준구(AR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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