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순간 집중력은 엄청 좋은데 끈기가 좀 없어요. 어릴 때 선생님들도 많이 말씀하셨거든요. 집중력이 오래가질 못한다고. 하하하” 쾌활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오연서가 최근 순간 집중력을 쏟는 곳은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말숙이란 캐릭터다. ‘시월드’라 불리는 곳의 최전방에 선 말숙은 사사건건 새로 생긴 시언니 차윤희(김남주)의 군기를 잡고 말끝마다 시비를 건다. “시어른들 말씀을 존중해야 한다”고 어른스러운 척 훈계를 하면서도 맘에 드는 시언니의 옷은 뻔뻔하게 빌려 가는 말숙은 윤희의 미움은 물론 시청자의 미움까지 한 몸에 받는 얄미운 시동생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미워할수록 눈에 밟히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질리다가도 마음이 쓰이는 건, 말숙리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질러놓고는 결국 혼자 다 당하는” 허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말숙의 이런 매력을 발견하고 다듬어가고 있는 사람은 오연서다. “사실 말숙이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이 연락을 한 번 더 주신다고 했는데 못 받았어요. 근데 제가 막 조른 거예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이 역할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어리기 때문에, 혹은 너무 지나친 욕심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오연서는 말숙을 연기하고 싶다고 외치기 전 멈칫했지만 “이렇게 말하면 우습겠지만 ‘내 거다’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 앞에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그렇게 얻게 된 캐릭터로 오연서는 김남주, 윤여정 등 선배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말숙이라 가능한 연기와 행동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얻고 있다. 그 행복은 “겁이 많고 가진 꿈만큼 노력을 안 해서” 16살 데뷔 후 한동안 느끼기 힘들었던 즐거움이다. “어릴 땐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툴렀어요. 그냥 남이 먼저 알아주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근데 나이가 들수록 갖고 있는 만큼 표현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 무엇보다 일하고 있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오연서는 그렇게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크기만큼 맑은 에너지를 주고 있는 오연서가 계속 들어도 언제나 좋은 음악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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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픽하이의 < epilogue >
“저 이 노래 너무 좋아해요. 피쳐링하신 분 목소리가 너무 좋잖아요. 가사도 ‘오늘도 난 바보처럼 아무 말도 못 해 이 제자리에 서 있죠’ 이렇게 짝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서 애절하고. 목소리랑 가사 때문에 이 노래 추천해요.” “고심해서 다섯 곡을 골랐다”며 손수 손으로 써온 리스트를 꺼낸 오연서는 첫 번째로 에픽하이 < epilogue > 앨범에 수록된 ‘바보 (Feat. Bumkey)’를 추천했다. 오연서의 말대로 ‘바보 (Feat. Bumkey)’는 절실하게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마음을 답은 랩과 범키의 애절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 곡이다. 특히 범키의 쓸쓸하면서 맑은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는데 에픽하이뿐 아니라 다이나믹 듀오, 최근 앨범을 발표한 프라이머리의 곡에서도 범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2. 윤하의 < Audition (Digital Single) (Time 2 Rock) >
오연서가 두 번째로 추천한 음악은 윤하의 ‘기다리다’. 오연서는 ‘바보 (Feat. Bumkey)’에 이어 “짝사랑의 감성을 무엇보다 좋아한다”며 ‘기다리다’를 강력 추천했다. “‘기다리다’는 진짜 짝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공감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너무 슬퍼요. 저도 어릴 때 짝사랑을 많이 해봤고 자주 들었던 노래에요. 저는 또 짝사랑하는 감성이 너무 예뻐 보이고 애절해 보이더라고요.” ‘기다리다’는 윤하의 신인 시절 발표된 곡이다. 윤하가 작곡한 곡으로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삽입되기도 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소녀시대 태연이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부르기도 했다. ‘오지 않을 그댈 알면서 또 하염없이 뒤척이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들죠’ 등의 가사와 윤하의 목소리가 슬픈 분위기를 강조한다.
3.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 Back To Black >
7월 23일.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나간 날이다. 이제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R&B, 소울 재즈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그녀의 음악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묘하게 섞인 고통과 환희를 담은 것으로 남아 있다. 오연서가 세 번째로 추천한 ‘You Know I'm No Good’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대표곡 중 하나이며 그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템포도 경쾌하고 곡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신 나는데 가사는 그렇지 않고 슬프잖아요. 목소리도 좋은데 제목과 가사, 곡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반전이 좋아요.”오연서의 말대로 ‘I cheated my self like I knew I would. I told ya, I was trouble’ 등의 가사에서 우울한 곡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4. 보아(BoA)의 <1집 ID Peace B>
오연서가 네 번째로 추천한 곡은 보아의 ‘비밀일기 (I'm Sorry)’다. 이 곡은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에서 멋진 심사평을 보여줬던 보아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이기도 하다. “평소 꽂히는 노래가 있으면 하루 종일 듣는 편이에요. 예전 노래든 최신 노래든 상관 안 하고 랜덤으로 돌려가면서 듣는 거 같아요.” 오연서가 추천한 이 곡은 에픽하이의 ‘바보 (Feat. Bumkey)’, 윤하의 ‘기다리다’처럼 짝사랑의 감성이 짙게 밴 곡이다. ‘친구의 동생으로만 어린아이 보는 듯이 어깨를 두드리며 귀엽다 말하고 나를 또 울렸죠’ 등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마음에 품은 소녀의 감성이 잘 드러나 있으며 데뷔곡 ‘ID Peace B’로 돌풍을 일으켰던 2000년 보아의 앳된 목소리 또한 확인할 수 있다.
5. 에릭 베넷의 < Hurricane >
오연서가 마지막으로 추천한 곡은 에릭 베넷의 ‘Still With You’다. 이 곡은 이미 한국에서 ‘Hurricane’, ‘My Prayer’ 등의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릭 베넷의 대표곡 중 하나다. 제목처럼 ‘Heaven knows what you've been through so much pain. Even though you can't see I'm not far away’ 등의 가사가 따뜻하고 평온한 곡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가사만큼 부드러운 에릭 베넷의 목소리가 더해져 ‘Still With You’는 R&B 보컬리스트로서 에릭 베넷이 사랑받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곡이 됐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에릭 베넷은 지난 2일 새 앨범인 정규 6집 < The One >을 미국보다 한 달 앞서 한국에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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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겁나서 하고 싶은 걸 못했어요.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한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서 엄청 우울하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상처도 많이 줬는데 이젠 단순해졌어요.” 어느새 데뷔 10년 차 오연서가 말하는 단순함은 생각 없이 떠도는 가벼운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에게 자신을 더 열어주고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한 준비에 가깝다. 그래서 오연서는 거창한 목표나 포부를 전하지 않아도 믿을만하다. “앞으로 여러 역할 하면서 맞는 옷도 찾아보고 싶어요. 설사 그 옷이 안 맞더라도 도전하는 자체가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연기를 정말 열심히 잘해야겠죠? 으하하하” 배우 스스로가 즐거워하는 연기만큼,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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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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