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검찰의 통합진보당 중앙당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놓고 새누리당은 합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21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위법 사안에 대해 절차를 밟아 조사하는 것은 합당한 조치"라며 "압수수색은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일 통합진보당을 향해 맹비난을 하는 도중 검찰의 정당한 수사에 적극 응하라고 압박한 것.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무리한 비난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심각한 것과 별개로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섣불리 동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당의 중앙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당정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 입장 바뀐 새누리, 여당일 때 야당일 때 다르다?
그동안 정치권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대해 정당정치 위협이라며 반발해왔다. 새누리당은 2006년 한나라당 당시 열린우리당의 압수수색에 대해 발끈했었다. 경찰이 유령당원 사건으로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하자 오히려 '정당 정치에 대한 사법당국의 전면적인 탄압'이라며 반발한 것. 압수수색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이재오 의원은 "지방선거 등 여러 정치 일정을 앞두고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야당 당원들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도당이든 중앙당이든 한나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계진 의원은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당정치에 대한 중대한 위해"라며 "당의 생명이자 근간인 당원 명부를 압수해 야당의 발목을 잡아 놓으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 새누리·민주는 안하고 통합진보만 압수수색…왜?
정치권 주변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놓고 다른 정당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 당시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지 않았다. 반면 통합진보당에 대해선 자료요청도 없이 곧바로 압수수색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은평당원협의회 사무실과 박희태 의장공관, 의장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중앙당이나 시도당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서도 선거인단이 담긴 당원명부 제출을 요구했지만 협조를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검찰은 수사에 적잖은 차질을 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자발적으로 자료를 넘겨줄 것을 요청만 할뿐 압수수색 카드는 쓰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중앙위원 명부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 당사를 압수수색한다는 건 과잉수사 논란이 불 수 있어 안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통합진보당과는 사안의 비중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 중앙당 압수수색은 '정당 사상 최초'
과거 농성 진압과 일부 정치인 구인 등을 위해 정당 중앙당사에서 영장을 집행한 적은 있지만, 정당 내부 비리 수사로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중앙당사에 대한 검찰의 공권력 행사는 1984년 최초로 이뤄졌다. 당시 학생운동단체 소속 대학생 300여명이 '민정당 해체'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자 검찰이 진압에 나섰다. 1992년에는 '관권개입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당사에 머물던 한준서 전 충남 연기군수를 강제구인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했다. 2000년에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던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구인하기 위해 공권력 투입을 시도했지만 당직자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정당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2010년 민주노동당을 대상으로 처음 시도됐다. 교사와 공무원의 불법 지원을 수사하던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민노당 측의 강력한 반발로 압수수색은 실패했다. 결국 검찰은 민노당 서버를 압수했지만 이미 기존 서버를 교체한 이후였다.
당초 검찰은 이 사건을 민감하게 여기며 한발 빼는 분위기였다. 정당이 얽힌 문제라 정치적 갈등이나 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고 자칫 대선을 앞둔 중요한 선거 국면에 '내정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어 정치적 역풍을 우려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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