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횡령 혐의를 수사중인 검찰이 '수백억원대 뭉칫돈' 발언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건평씨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검찰에서 말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검찰도 나흘만에 말을 바꿔 논란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창원지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건평씨 자금 흐름을 추적을 하다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오간 관련 계좌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건평씨는 실질적인 사주인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부동산 거래로 발생한 차익 중 8억7500만원을 횡령한 혐의와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 과정에 개입해 9억4000만원의 대가성 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당시 검찰의 발언은 거액의 뭉칫돈이 건평씨의 비리혐의와 관련 있는 사안으로 해석됐다. 언론에는 뭉칫돈이 250억원 규모이며 건평씨의 측근인 박모씨가 계좌의 주인인 것으로 보도됐다.
건평씨 측은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검찰이 먼저 공개했다며 반발했다. 자금관리인으로 이름이 거론된 박씨도 "만약 내가 비자금을 관리했다면 내 목을 베도 좋다"며 극구 부인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뭉칫돈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검찰이 입장을 번복하며 한발 물러났다. 21일 창원지검 관계자는 "뭉칫돈을 건평씨와 관련해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뒤늦게 선을 그었다. 뭉칫돈에 대해서도 "계좌에 수백억원이 남아 있다고 말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의심되는 계좌에 수년간 수백억원대 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지 현재 거액의 현금이 쌓인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셈이다. 박씨도 문제의 계좌내역을 공개하며 지난 2007~2008년 검찰 조사 때 이미 무혐의를 받은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섣부른 발언과 뒤늦은 말 바꾸기에 여권 핵심인물들의 비리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와 처벌 요구가 높아지자 노건평씨 대형 의혹을 풀었다"며 "이 의원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건평씨를 희생양 삼아 털어내려 한다"는 논평을 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 실세인물들이 구속기소돼 현 정권의 도덕성이 흠집난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주변인에 대한 의혹을 검찰에서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문제의 발언을 한 지난 18일은 노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모 행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 때문의 검찰의 말 바꾸기가 '언론 플레이'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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