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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의 패션왕>, 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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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의 패션왕>, 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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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의 패션왕> 온스타일 토 밤 11시
서인영, 유아인, 성유리가 거쳐 간 <런치 마이 라이프>에서 회사에서의 지위나 화려한 기회들까지 외적으로는 멋진 조건들을 허락했던 것과는 달리, 가인의 회사 ‘멘탈붕괴’에게는 허름한 사무실이 전부다. 이건 이 프로그램이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상황 자체를 바꿨음을 의미한다.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연예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캐릭터와 문제 상황이 부각된 진짜 상황극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기안84가 가인의 캐리커쳐를 한껏 못나게 그려 보낸 에피소드나 멘탈붕괴 멤버들이 확실한 캐릭터를 다져가는 것이 그 시작점이다. <가인의 패션왕>에서는 웹툰 <패션왕>의 작가 기안84와의 콜라보레이션, UCC 작업과 같이 패션홍보라는 이름을 걸고 벌이는 소소한 이벤트나 가인과 다섯 명의 직원이 한 그룹처럼 캐릭터를 가지고 보여주는 상황극이 PR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첫 번째 의뢰인으로 등장한 심정희 편집장은 장난 같았던 <가인의 패션왕>에 진지한 긴장감을 심어주었다. 가인과 멘탈붕괴 멤버들이 진짜 패션과 PR산업에 대해 완벽히 이해를 하거나 프로처럼 일을 소화해낼 것이라고 누구도 믿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옳다고 얘기하는 것이 틀렸고, 그들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이들의 가능성을 냉철하게 잴 줄 아는 사람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심정희 편집장은 “촌스러운 것은 싫다”고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일을 하기로 한 이상 멘탈붕괴가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능력 있는 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멘탈붕괴는 갑의 두려움을 느낀 뒤에야 비로소 저질러진 일들을 수습하고 어설프게나마 진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이 갑이었다면, 이번에는 을이다. <가인의 패션왕>이 자기PR을 해야 한다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차이점에서부터 <런치 마이 라이프>의 지난 시즌과는 다른,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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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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