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통령이 화두..대선주자 재산 보니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대통령이 가난하면 국민이 행복해질까? 각당 대선주자들의 대선출마선언이 잇다르면서 정치권에 때아닌 '부자 대통령 가난한 대통령'이 화두로 떠올랐다.
가난한 대통령론을 들고 나온 이는 11일 대선후보등록을 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권 실세이자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으로 10일 대선출마를 하며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을 내세웠다.
이 의원은 "가난한 대통령은 부(富)에서의 가난함만 말하는 게 아니라 권력에 있어서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다른 대선주자들과 각(角)을 세우려하는 의도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비박 진영의 한 의원은 "기업인 출신 부자대통령 시절의 실세라는 꼬리표를 잘라내고 박근혜, 정몽준, 손학규, 정세균 등 여야 대선주자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하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의 재산을 보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일 가난하고 이재오 의원이 둘째로 가난하다. 국회와 정부의 공직자윤리위가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지사 재산은 4억4443만원이다. 본인과 배우자 예금이 2534만원 늘었지만 딸이 결혼해 5879만원이 빠져나가면서 전년보다 4000여만원 줄었다. 이재오 의원은 본인소유 은평구 구산동 24평 주택(1억9000만원)과 차량, 예금액, 자녀 주택 등을 합쳐 7억7384만원을 신고했다. 김 지사와 이 의원은 둘 다 재야운동권 출신에서 보수쪽으로 선회한 친이계 핵심이며 서민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유력대권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의 재산은 서울 삼성동 자택과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 아파트, 예금을 포함해 21억1800여만원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에 당 대표를 지낸 것 치고는 적은 수준. 반면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최고 부자다. 현대중공업 오너로 지난해 주가하락으로 재산이 1조6481억원이 줄었어도 2조227억원의 거부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현대가 오너들이 설립하는 사회복지재단에 2000억원 규모의 사재(私財)를 출연한 바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가난한 주자들이 많다. 이르면 6월 대선출마를 선언할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7887만원으로 여야 통틀어 제일 가난하다. 이어 재산이 적은 순서는 손학규 상임고문 2억8264만원, 정동영 상임고문 13억2406만원, 정세균 상임고문 26억8796만원이다. 이밖에 문재인 상임고문은 2008년 당시 기준으로 8억2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대선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7억8912만원을 신고했다.
박근혜 위원장-문재인 고문과 함께 유력 대선주자에 속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안랩 주가에 따라 재산평가액이 다르지만 대체로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안 원장은 이중 절반을 내달 중 창립총회를 가진 안철수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한편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당시 서초동 영포빌딩(120억원)등 총 354억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2011년 현재는 58억원 가량으로 재산이 크게 줄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BBK 의혹으로 입은 도덕성을 무마시키고 지지율이 오른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말인 현재는 파이시티 등 친인척,측근의 각종 비리,의혹과 내곡동 사저논란 등으로 그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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