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누적공매도 상위 10개종목 살펴보니
LG전자 4월 이후 4834억 최다...대차거래잔고 총 2조5000억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코스피가 4월 들어 2000선이 무너지고 1950선 아래까지 주저앉은 가운데 대차거래를 이용한 외국인의 공매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1분기 연고점 이후 조정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으로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초부터 이달 8일까지 누적 공매도 상위 10개 종목을 집계한 결과 LG전자가 약 483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3750억원), 현대차(2465억원), LG화학(2017억원), SK하이닉스(1567억원), S-Oil(1550억원), SK텔레콤(1467억원), 삼성전자우선주(1265억원), OCI(983억원), 호남석유(974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서 생기는 차익금을 노리고 실물 없이 주식을 파는 거래를 뜻한다. 지난 8일부터 3일 연속 반등하고 있지만 공매도 물량을 볼 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는 삼성전자·현대차를 제외하고 큰 낙폭을 기록했다. LG전자는 8만4200원에서 7만1000원으로 15.68% 급락했고, LG화학은 36만6500원에서 29만8000원으로 18.69% 주저앉았다. SK하이닉스와 S-Oil도 각각 9%, 10%씩 떨어졌으며 호남석유는 17.7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에 수반되는 대차거래잔고에서도 이들 종목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기간 대차거래 순증감은 LG전자가 7096억4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S-Oil(5092억원), LG화학(3361억원), 삼성증권(2846억원), SK텔레콤(2636억원), 삼성SDI(2225억원), 한화케미칼(2100억원), SK(2004억원), 우리투자증권(1758억원), 엔씨소프트(1296억원) 순이었다. 이중 LG전자의 대차잔고는 9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의 22.34%인 2조5957억원(3656만주)을 기록해 7140억원인 S-Oil, 9068억원인 LG화학을 압도했다.
이같은 대차거래 급증 역시 외국인이 주도한 결과다. 4월부터 이달 9일까지 LG전자 대차거래에서 외국인 차입은 77.56%였다. 같은기간 2위인 S-Oil은 97.01%였고, LG화학은 93.22%였다. 대차거래 상위 10개 종목에서 외국인의 차입이 75% 이하인 종목은 SK텔레콤(25.03%) 하나 뿐이었다. 공매도 거래는 국내 투자자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나, 갖가지 제약 때문에 대규모 거래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200지수의 전체거래량 대비 공매도수량 비율은 이달 7일 3.65%로 최근 6개월 평균값 2.73%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19일에는 4.34%까지 상승해 2009년 6월 공매도금지조치 해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투자펀드 서울인베스트는 “특정 투기세력에 의해 공매도와 대차잔고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과거 금융당국이 밝혀낸 사례로 볼 때 공매도 투기거래의 대부분을 국제적 전문투기자본이 주도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 공매도 상황을 체크해 보는 것은 이제 중요한 투자원칙이 됐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