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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을 달려왔던 MB정권·통합진보, 몰락의 점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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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이명박 정권과 통합진보당을 필두로한 진보진영은 출범 초기부터 사사건건 부딪쳤다. 이념,성향,철학의 담론에서 재정,복지,교육,산업 등 각론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극과극이었고 끝과 끝이었다. 각자의 판단이 다르겠지만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명박 정권이 친기업, 친시장, 친개방을 표방했다면 서민,노동자, 운동권출신이 주축이된 통합진보당은 친서민,친노동자, 그리고 반시장주의,반개방을 기치로 내걸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놓고 벌어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4대강사업, 무상보육 무상복지 논란, 제주해군기 건설, 공기업민영화와 구조조정 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극단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던 이들 이명박 정권 말기, 19대 국회 개원을 앞둔 지금 한 지점에서 조우했다. 몰락의 지점이다.

MB정권은 정권의 측근실세, 친인척들이 줄줄이 수인(囚人)의 신세가 되며 역대 정권 말기의 전철을 밟고 있고 19대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지역구과 비례대표 13석을 얻었던 통합진보당은 공당(公黨)으로서 보여줄 수 없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며 몰락의 길 앞에 놓여있다. 몰락의 원인은 역시 인재(人災)였다.


MB의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7일에는 왕차관, MB정권 실세로 통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마저 구속됐다. 전당대회 돈봉투를 돌린 의혹을 받았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판사 앞에서 "돈봉투를 돌렸다. 선처를 바란다"며 검찰의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이 돈봉투의혹을 폭로했을 때만해도" 기억나지 않는다"던 그였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이제 정치적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개국공신이라던 2007년 대선당시 MB캠프 6인회(이상득ㆍ박희태ㆍ최시중ㆍ이재오ㆍ김덕룡)는 옛말이 됐다.

범부(凡夫)에게 민주,진보,개혁은 깨끗함, 순수함, 열정, 도전, 진취성을 연상시킨다. 민주,진보진영이 제도권안에서 권력을 잡으려 할 때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들에 표를 줬다. 재벌해체, 비정규직 정규직화, 금산분리 강화, 무상복지, 무상보육이라는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주장에도 힘을 실어준 것은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2% 부족한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통합진보당의 계파별 지분이 어떻고 지도부가 어떤 정치적, 이념적 성향과 철학을 가졌는지도 그리 중요하지는 않았다.


민주통합당과 야권단일화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논란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비례대표 경선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습 어디에도 통합이나 진보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권파를 대표하는 이정희 공동대표는 관악을 지역구에서의 여론조사 조작논란에서 끝까지 후보직 사퇴를 미루더니 이번에는 당에서 꾸린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못 믿겠다고 나섰다. 다른 공동대표들이 지도부 사퇴를 결의하자고 해도 버티고 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와 달리 인물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해 득표율에 따라 배정된 순번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정하는 몫은 전적으로 당에 달렸다. 비례대표를 경선을 통해 뽑겠다고 했던 통합진보당은 그러나 진상조사위의 보고서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부정과 불신의 종합세트였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은 절차다.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국회의 입법부로서의 권한과 가능을 인정받는다. 모든 절차가 하자로 드러났지만 비례대표 2번 이석기 후보는 당원들이 투표해서 사퇴하라고 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계파별로 지분으로 보면 이석기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이 그렇지 않은 당원보다 많다. 투표의 의미가 없다. 지도부, 당직자나 당원이 뽑는 것이지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 것이다.


비례대표 3번인 김재연 후보는 아예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 당당하다.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다. 경제만은 살리겠다, 측근비리는 결코 없다던 이명박 정권은 경제도, 도덕성도 잃고 있고 도덕성을 무기로 기성권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던 통합진보당은 당내 권력다툼에 도덕성을 잃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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