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상폐회사 우리가 인수해 살린다

뿔난 소액주주들이 영리해졌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잘못으로 주가가 급락해도 '내가 잘못 투자한 탓'이라며 자책하던 시절은 지났다. 소액주주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경영참여를 통해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상장폐지되는 순간까지 주식을 버리지 않고 추가로 더 사기도 한다. 비상장사가 되더라도 경영권만 인수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을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들은 지주회사를 만들고, 유명 회계법인을 주간사로 선정하는데까지 진화했다.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상장폐지된 회사의 소액주주들이 뭉쳐 회사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이들은 이를 위해 지주회사도 만들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리매매를 마지막으로 상장폐지된 비앤비성원 소액주주들은 엠에스홀딩스(가칭)라는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인터넷 소액주주 모임인 네비스탁과 함께 비앤비성원 지분 10.56%를 확보했다고 지분신고를 한 소액주주들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적극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 모임의 대표이자 엠에스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헌 대표는 "현 경영진의 불법부분에 대한 감사와 이에 따른 조치뿐 아니라 법정관리인의 선임과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상장폐지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뤄졌다고 판단해 회사의 가치를 보존하고, 실질적 주인인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건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동참하고, 재무적 파트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에는 양심있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회사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상장폐지된 회사가 극적으로 회생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소액주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주회사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리매매가 마무리되기 전 확보한 10%를 넘는 지분이 정리매매가 끝난 상태에서도 유지가 된다면 앞으로 경영권 다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스테인리스 강관부분의 선두권업체였던 비앤비성원은 지난해 경영권이 바뀌며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관계사인 미주제강에 대한 연대채무보증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한계기업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12일 광주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 회생을 모색했지만 외부회계법인의 의견거절로 결국 정리매매를 통해 증시에서 퇴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