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 2월 케빈 러드 전 총리와의 당내 재신임 투표에서 승리하며 총리 자리를 지킨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정치생명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길라드 총리의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당 내부의 정적을 제거했지만 야당에 크게 밀리고 있는 지지율 때문에 길라드가 계속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호주 신문이 공개한 뉴스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길라드 총리의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2주 전 조사 때보다 2%포인트 하락한 27%를 기록했다.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던 지난해 9월의 26%에 근접한 것이다.
반면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는 토니 애보트가 이끄는 호주자유당에 대한 지지율은 3%포인트 상승해 11년만의 최고치인 51%로 집계됐다.
길라드는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애보트에 5%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 여론조사 당시의 2%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뉴스폴은 지난달 27~29일 동안 11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호주 모나쉬 대학교의 자레 가자라안 정치학 교수는 "길라드 내각의 지위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길라드는 유권자들에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노동당은 길라드 퇴임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라드는 지난 2010년 6월 광산업체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던 러드를 몰아내고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길라드도 탄소세 도입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을 파기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지난 2월에는 총리 복귀를 노리던 러드에 대해 당내 재신임 투표를 제안해 승리했다.
하지만 길라드 취임 이후 노동당이 내부적으로 혼란을 거듭하면서 지지율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잇따른 스캔들에 연루된 것도 길라드에게 악재였다.
최근 크레이그 톰슨 의원은 노동당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의료서비스 노조에서 일할 때 노조 카드로 성매매 대금을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톰슨 의원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의회 표결에서는 노동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보트는 톰슨 의원 자리는 부정한 투표에 의한 것이었다며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노동당 소속 피터 슬리퍼 하원의장도 사기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1주일 전 물러났다.
노동당 소속 의원 수가 줄어들면서 향후 길라드의 행보에도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길라드 정부는 오는 8일 국회가 개원하면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웨인 스완 재무장관은 다음 회계연도에 재정수지를 흑자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호주 정부가 8일 공개할 예산안에서는 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지난 3월 퀸즐랜드 주정부 선거에서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현재 노동당은 호주 6개 주 가운데 가장 규모가 적은 2개 주에서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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