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7일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40조엔으로 10조엔 늘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확대한 것은 일본 경제가 그만큼 둔화되고 있고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라는 의회의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OJ는 이날 내년 6월 말까지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기존 30조엔에서 40조엔(미화 4940억 달러)으로 10조엔 증액하고, 매입하는 국채 만기도 최장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BOJ는 또 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은행 신용대출규모를 35조엔에서 5조엔 줄였다.
이로써 BOJ가 채권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규모는 5조엔이 늘어난다.
BOJ의 이같은 조치는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해 성장률을 높임으로써 디플레이션을 탈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1%로 정했는데 이번 조치로 머지 않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BOJ는 밝혔다.
동시에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엔화강세 기조를 꺾어 수출기업들을 지원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엔화 가치는 현재 달러당 81엔대 수준이다. 엔화 강세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최근 “일본 엔화는 예측불가이며, 일본의 모든 자동차 업체를 고생시키는 1000파운드짜리 고릴라”라고 비난했을 정도로 일본 수출업계를 괴롭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 산업생산이 예상을 밑도는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고,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예상만큼의 뛰지 않아 BOJ가 단행한 양적완화 정책의 정당성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전문가 설문조사를 벌인결과 14명중 10명이 4월1일부터 시작한 2012 회계연도에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치 0.5%보다 조금 높은 0.6%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그렇더라도 이는 올해 목표치 1%를 크게 밑도는 만큼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심지어 집권 자유민주당은 인플레이션 관리목표가 너무 낮다며 2%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시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일본 의원들이 금융정책결정위원회 위원 후보를 퇴짜놓는 식으로 BOJ에 경기부양책을 단행하라는 압력을 넣었고 이에 굴복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하는 정책결정위원회의 자리는 5일 이후 2석이 비어 있는데 일본 의회는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 임명을 거부했다.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치카와 마사유키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가 정치권압력과 시장기대에 굴복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부양책 시기가 적절해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디플레이션의 종말이 아주 멀기 때문에 BOJ는 아마도 앞으로 최소한 2년 동안은 (양적)완화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블룸버그통신이 주요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빌어 BOJ가 오는 7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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