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회의에서는 추가유동성 확대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동성이 대거 풀린다고 해도 과거처럼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 엔화가치를 낮추기보다는 일본 국채에 투자되거나 정기예금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의견이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자에서 BOJ가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여는 데 추가유동성 확대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같은 분석을 전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지난주 뉴욕에서 “BOJ는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BOJ는 5조~10조엔(미화 600억~1200억 달러)을 추가로 풀어 자산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산매입규모는 기존 65조엔에서 70조엔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추가 유동성 확대 정책은 BOJ가 2010년 10월 자산매입에 나선뒤 이후 다섯 번째 단행되는 것이다.
이번 유동성 확대 정책은 돈을 풀어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려는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엔화 가치 상승(달러화 대비 엔화 강세)을 막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추가 금융완화 조치가 기대한 효과를 낼 것 같지 않다고 FT는 예상했다.일본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목말라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여전히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력을 받고 있어 해외 자산이나 통화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진단했다.
0% 수준의 금리로 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는 캐리트레이드 투자도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투자자들이 갈 곳은 딱 두 곳 즉 일본 국채와 BOJ의 정기예금 밖에 없다고 FT는 관측한다.
BOJ 정기예금 규모는 일본이 자산매입을 시작한 이후 대략 두배로 불어났다. 국채 투자 증가로 일본 국채 수익률은 18개 월 사이에 최저 수준인 0.1%대로 떨어졌다. BOJ는 지난 2월 돈을 풀어 물가를 1%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했지만 지난 2월 근원물가는 오히려 0.6% 하락했다. 물가하락은 수익률이 낮지만 국채에 대한 매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보험회사들도 엔화 표시 채권을 4월부터 시작한 2012회계연도 핵심자산으로 보유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일본 최대 기관투자자인 니폰라이프생명은 49조엔인 자산의 11% 수준인 외국 채권과 통화 보유비중은 내년 3월까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좋은 예이다.
일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은행과 보험사,자산운용사들은 총 3310억 엔어치의 해외 주식과 채권,머니마켓상품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도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쪽으로 돌아섰다.외국에서 1~2%포인트의 수익률을 더 올린다고 해도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유동성 완화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지 않고 오히려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자산기준 2위인 다이이치생명은 엔화는 현재 달러당 81.4엔 수준에서 2012 회계연도 평균 80엔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 라보뱅크의 금융시장 조사부 대표인 아드리언 포스터는 “일본 정부는 해외투자 증가가 엔화약세를 낳기를 원하고 있지만 지금은 여건이 맞지 않다”면서 “아무도 일본 엔화 홍수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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