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고'에도 점점 커지는 '친박 라인업' 내홍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 새 지도부 '친박(친박근혜) 라인업'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내홍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자멸의 길'이라며 강하게 경고했지만 내분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대선팀'이나 다름 없는 지도부 구성 작업이 시작부터 험로에 놓이면서 새누리당의 대권 행보가 엉키는 분위기다.

'친박 라인업'이란 오는 5월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서병수, 정책위의장 이주영' 등의 구성으로 친박계 인사 중심의 지도부 라인이 이미 내정됐다는 설이 불거지면서 생긴 표현이다. 친박계 핵심 이혜훈ㆍ유정복 의원 등이 선출직 최고위원에 오를 것이란 얘기도 나돌았다.

비박(비박근혜) 대권잠룡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측근이자 범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26일 SBS 라디오에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책임 있는 분들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당내 (지도부) 후보들에게 기회를 열어서 후보선출 과정에서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런 분들이 충분히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판을 짜겠다는 입장을 (박 위원장이) 표명하셔야 한다"고 압박했다.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개인 중심으로 당이 쏠리는 것은 당과 박 위원장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친박 진영을 견제했다.

비박 진영의 또다른 잠룡 정몽준 의원은 전날 "박 위원장이 총선 끝나고 바로 비대위를 해산해야 했다"며 "중진들이 전대 관리를 하고 박 위원장 본인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면 좋은데 벌써부터 이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전대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뜻이다.

친박 쪽은 '라인업설'의 의미를 축소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이한구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내정설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거기에 반응을 하면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의 작전에 말려드는 셈"이라고 했다.

총선공약 실천을 위한 민생행보를 해온 박 위원장은 이날 예정됐던 경기ㆍ인천지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사태수습에 몰두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대전,충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당내 분란을 '자멸의 길'로 규정하고 강한 어조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 위원장은 "총선이 끝난 지 불과 며칠이 됐다고 절절하게 국민께 호소했던 마음을 잊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지어내 그게 당 안에 떠돌아다니고, 또 확대재생산되고, 언론플레이를 하느냐"면서 "갈등과 분열로 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면 또 한 번 심판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내대표 내정설이 돌던 친박 중진 서병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화합과 단결이 중요하다"면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n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