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최대열 기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A연구원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간 연구원 예산으로 6번의 해외출장을 갔다. 출장비를 받아 간 공식 업무였지만, 실제로는 해외 여행을 다녔다. 일본에선 장인과, 미국에선 가족들과 놀러 다녔다. 사적으로 떠난 7번의 해외여행에서도 A연구원은 밥 먹고 렌터카 빌리는 비용을 모두 연구원 소유 법인카드로 긁었다. 아예 미국에 있는 배우자에게 법인카드를 맡겨놓고 쓰도록 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이 쓴 공무 출장비만 1448만원. 여기 더해 법인카드로 먹고 마신 돈은 270만원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 여행으로 노느라 닷새간 무단결근을 하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국책연구기관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책연구기관의 관리ㆍ감독은 2005년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가 맡고 있지만 실제 감독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연구회의 관리 태만이 감사원에 지적되는 수준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연구회는 국책연구기관들의 편의를 봐주면서 적당히 공생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책연구기관들은 '공무원 여비 규정'을 따라야 하지만, 연구회는 별도로 국외여비 기준을 마련했다. 연구회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과 책임행정원 이상 직원은 모두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규정을 어기고 부연구위원직을 없앤 여성정책연구원의 사례를 보면, 전체 연구인력 65명 중 72%인 47명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도 이 기준으로 따지면 전체의 71%인 25명이 비즈니스석 이용 대상자다. 중앙부처에서라면 국장급 이상 1급 관료들이나 탑승할 수 있는 좌석이다.
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들의 요지경 행태가 반복되는 건 사실상 연구회가 견제받지 않는 '갑' 노릇을 하고 있어서다. 기타 공공기관인 연구회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이 아니다. 대신 총리실에서 학회나 연구기관에 위탁해 평가를 한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학회나 연구기관이 연구회를 제대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 2007년과 2008년 평가를 맡은 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었다. 평가원은 수의계약을 통해 평가 업무를 따냈고, 2007년 1900만원, 이듬해 2500만원을 대가로 받았다. 2009년 평가는 서울대산학협력단(3000만원), 2010년 평가는 한국정책학회(3000만원)가 맡았다.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정책학회는 각각 다른 해 연구회에 대한 평가를 맡았지만, 이들이 준 평가 종합점수는 85점으로 똑같았다. 정책학회는 나아가 "연구회의 싱크탱크로서의 역할 강화와 미래전략 기능 강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연구회를 감독하는 총리실도 국책연구기관이 관리의 사각(死角)지대임을 인지하고 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총리실이 조정하는 굵직한 정무에 비하면 국책연구기관 관리는 극히 지엽적인 부분이어서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자체 감사조직이 자리를 잡으면, 이런 부분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당초 연구기관 사이의 중복 연구를 막고, 효율적인 정책 개발을 돕기 위해 생긴 연구회가 '옥상옥(屋上屋)' 혹은 '신의 직장 선봉장'으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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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기자 change@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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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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