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채소는요?"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사진)가 최근 들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롯데슈퍼가 20가지 주요 채소 가격을 기존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대비 80% 수준으로 낮추면서부터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19일부터 시금치, 콩나물, 대파, 무, 마늘, 오이 등 20가지 채소를 연중 대형마트와 SSM 대비 15~2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채소에 상시할인(EDLP·EveryDay Low Price) 정책을 적용한지 한 달 남짓 시간이 지나면서 롯데슈퍼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채소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방문자수도 늘었고, 매출도 증가했다.
17일 롯데슈퍼에 따르면 채소 할인을 시작한 이후로 롯데슈퍼 방문자수가 240만7000명으로 이전 231만8000명에 비해 3.8% 늘어났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채소 할인이 방문객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체 고객 가운데 채소를 찾는 비율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롯데슈퍼에 따르면 고객이 10개 상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그 가운데 채소는 3.5개 수준으로 기존에 2.8개에 비해 늘어난 결과다.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손님들이 채소를 구매한 간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채소의 매출도 10~15%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전체 매출 가운데 신선식품의 비중도 45%로 확대됐다. 가공식품 비중 40%를 포함하면 롯데슈퍼의 식품 판매 비중은 85%에 이른다.
이 같은 효과를 내도록 아이디어를 던진 사람은 소 대표 본인이다. 슈퍼를 찾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이 무엇인지, 할인 행사를 하면 가장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인 상품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결과로 나온 것. 정답은 채소. 공산품의 경우 구매주기가 길기 때문에 할인 효과를 체감하기에 쉽지 않지만 채소는 1주일에서 최소 1~2회씩 자주 구매하는 상품인 만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롯데슈퍼는 유통단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기존에 '생산자→공판장→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를 '생산자→롯데슈퍼→소비자'로 연결되는 3단계로 축소시켰다. 롯데슈퍼는 이를 통해 10% 가까이 원가를 줄였고, 여기에 자체 마진 축소를 더해 서울 가락시장과 비슷한 소매 가격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롯데슈퍼는 앞으로도 채소를 비롯한 신선식품의 EDLP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고객이 채소를 찾는 비율이 10개당 4개 수준일 될 때까지 채소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향후 청과는 물론 수산물과 축산물 등 다른 신선식품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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