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골목상권 살린다고 문을 닫으라니요, 우리(SSM 가맹사업자)도 영세업자인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관련한 조례가 본격적으로 적용돼 영업제한을 받게 되면서 SSM 간판을 달고 영업중인 개인사업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SSM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들이지만 대기업 간판을 달았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SSM과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매장규모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의 가맹비를 본사에 내고 대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고 운영 노하우 등을 전수받는다. 이 같은 이유에서 SSM 가맹점이 늘고 있지만 최근 SSM 규제로 위기 상황에 맞닥뜨린 것.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수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SSM은 전국에 약 1200개가 있고, 그 가운데 300여개 매장은 개인사업자가 가맹점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매장이다.
롯데슈퍼는 59개 매장을 가맹점 형태로 운영중이고, 롯데슈퍼가 지난해 인수한 CS유통이 17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GS수퍼마켓은 각각 41개, 22개 점포가 가맹점 형태로 영업중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가맹점이 없다.
의무휴업 하루전인 지난 7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한 SSM 가맹점주는 "나도 자영업자인데 대기업 상표 달은게 죄냐"며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랑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맹점주는 "나라에서 시행하는 정책이고, 본사의 당부도 있어 당분간은 휴무일에 맞춰서 쉴 수밖에 없지만 언제까지 가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다른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규정에 반발해 영업을 강행한 SSM도 있다. 광주 남구의 노대점은 지난 8일 유통법 관련 조례를 무시하고 SSM 영업을 강행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가맹점주를 만나 설득을 하고, 정부 시책에 따르도록 협조를 구했지만 가맹점주의 입장은 완강했다"고 전했다.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사람과 똑같은 개인 사업자인데 문을 닫을 수 없다는 것.
가맹점주들이 이 같은 어려움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영업을 강행하면 1000만원의 벌금을 내야하고, 운영을 하지 않으면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의 매출을 고스란히 포기해야한다. 그렇다고 SSM 간판을 내리면 규제대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상품 소싱을 비롯해 모두 스스로 해야하고, 만만치 않은 위약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슈퍼 광주 노대점 점주는 지난 8일 영업을 강행하면서 매장입구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내걸었다. 호소문에는 '하루 300만~400만원 매출밖에 일어나지 않는 매장이 의무휴무를 하게 되면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한탄하며 지방 조례를 어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냈다.
서울 성북구 SSM 가맹 점주도 같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문을 닫아야 하나, SSM 간판을 떼야하나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비용과 생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며 "정부에서 무작정 법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우리(SSM 가맹사업자) 같은 사람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SSM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맹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문의를 해온 점주들은 없지만 SSM 규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가맹점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게 대책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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