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김수진 기자, 오진희 기자, 이상미 기자]오는 21일부터 한달간 이어지는 윤달(閏달)을 맞아 예식업계와 장례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윤달에는 경사스런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풍속에 따라 결혼식을 미루는 반면, 이른바 '손'이 없는 달로 수의를 마련하거나 조상의 묘를 이ㆍ개장 하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17일 예식ㆍ장례업계에 따르면 21일부터 5월20일까지 이어지는 윤달을 맞아 경사를 피하는 풍속에 따라 결혼식을 미루는 예비부부들이 많아 예식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이번 윤달은 결혼식 수요가 가장 많은 5월에 걸쳐 있어 예식업계 타격이 큰 편이다.
오는 9월 결혼하는 윤선주(29)씨 커플은 원래 '꽃피는' 5월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으나 윤달이라 피하는 게 좋겠다는 양가 부모님 의견에 따라 급히 예약을 변경했다. 검색포털 네이버의 결혼카페인 레몬테라스에도 비슷한 사연이 많이 올라있다.A씨는 "원래 5월에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부모님 반대로 6월로 넘겼다"면서 "5월에 했다면 그날 우리 커플만 결혼식을 치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비 부부들이 윤달에 대비해 2~3월에 당겨 식을 치르거나 뒤로 미룬 탓에 윤달 기간에는 예약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예식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 부평호텔컨벤션센터 관계자는 "5월의 예식 예약이 평년에 비해 50% 감소했다. 일요일에는 예약이 거의 없다"면서 "토요일에 결혼하는 크리스찬들은 윤달에 신경쓰지 않지만, 일요일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윤달을 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결혼정보업체 '가연' 관계자도 "결혼하려는 사람들 중 60~70% 가량은 윤달을 피하려고 한다"면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웨딩 수요가 60% 정도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얏트,웨스틴조선 등 호텔 예식장들도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2~3월에 결혼식이 많이 치러져 5월 예식이 예년에 비해 조금 줄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W호텔 등 예식업체들은 일부 서비스 무료 혜택이나 침구류 등 경품 제공 등 '윤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 R웨딩업체 관계자는 "최대 70~80%까지 예식 비용을 깎아 주고 무료 숙박ㆍ여행권 등 고가의 경품을 준비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업체들이 많다"고 전하고 "소비자들이 알뜰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장례업계는 '대목'을 맞고 있다. 수의를 마련하거나 조상의 묘지를 이ㆍ개장 하려는 이들로 수도권 일대 장례업체와 수의업체들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인천 남동구 D 수의업체 관계자는 "하루 수십명의 문의가 오고 직접 찾아 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달과 다음달 일거리는 다 찼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도 이달 13일부터 5월20일까지 최고 800만원인 손으로 짠 명품 안동포 황금 수의 등을 특별 판매 중이다
묘지 이ㆍ개장이 많아지면서 수도권 일대의 화장장도 예약이 꽉 찼다.인천 부평 '인천가족공원'내 화장시설인 승화원은 하루 평균 10구를 화장해왔는데, 윤달 기간 동안엔 하루 평균 60여 구의 예약이 몰려 한달간 최대 2300여 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경기도 벽제 서울시립승화원도 최대 22구인 개장유골 화장시설을 42구로 확대하고 지난해 12월 준공한 추모공원의 화장능력도 5구에서 25구로 대폭 늘리는 등 하루 총 67구까지 개장유골 화장예약을 받기로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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