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시사주간지 타임은 유로존 부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라는 발칙한(?) 주장을 펼쳤다.
타임은 현재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그리스를 비롯한 취약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는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이탈은 제2의 그리스를 만들어내며 유로존 연쇄 이탈을 초래할 것이고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반면 그리스가 아니라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유로존에 남겨진 취약 국가들은 유로를 유지하면서도 부활한 독일 통화는 물론 달러에 대한 유로의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탈퇴는 유로존 연쇄이탈= 그리스 등 취약 국가들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독일에 의해 강요된 긴축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그리스가 유로를 버리고 옛 자국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도입하면 드라크마화는 유로에 대해 빠르게 평가절하될 것이며 이를 통해 그리스는 수출 경쟁력을 회복,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스가 유로를 버렸기 때문에 투자자들 또한 그리스를 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스가 유로를 포기하면 투자자들은 빠르게 그리스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것이고 이 경우 드라크마화는 아예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컨설팅그룹 스트래티지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가 드라크마화를 도입한다면 통화 가치가 붕괴돼 한동안은 과거 짐바브웨 통화처럼 아예 가치가 없을 수도 있으며 이 때문에 그리스는 원유와 의약품 등 필수 물자 조차 수입할 수 없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리스가 유로를 떠나면 남겨진 유로존 국가들도 문제다. 그리스에서 회수된 투자금이 남겨진 유로 국가에 투자돼 유로가 평가절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남겨진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고 결국 남겨진 국가 중에서 또 다른 제2의 그리스가 나오는 식으로 유로존의 연쇄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부채가 아니라 노동비용= 타임은 유로존 금융위기의 실질적인 가장 큰 문제는 부채가 아니라 높아진 노동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유로 도입 이후 지난 10여년간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유로를 도입하면서 낮아진 금리를 이용해 쉽게 대출을 받았고 이는 일부 국가에서 노동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 타임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높아진 노동비용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쟁력을 10~20% 가량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노동비용을 크게 하락시키지 않는 한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는 노동자들이 10~20%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타임은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정책을 펼쳤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경쟁력을 거의 회복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따라서 취약한 국가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노동비용을 줄이는 것이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평가절하를 이뤄내지 못 하면 향후 10년간 대공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노동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유로존 시스템은 유로의 평가절하가 쉽게 이뤄질 수 없게 돼 있는 시스템이다.
결국 그리스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가 필요하지만 유로 시스템에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평가절하를 이룰 수 없고 그렇다고 유로를 버릴 경우 드라크마화 가치 급락이 뻔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獨탈퇴시, 그리스 평가절하된 유로 보유= 타임은 독일이 유로를 탈퇴하면 독일 통화는 물론 달러에 대해서도 유로의 평가절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스와 같은 취약 국가들은 유로를 보유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유로의 평가절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임금 삭감보다는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노동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타임은 주장했다.
게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채의 가치도 줄어들기 때문에 더 쉽게 부채를 상환할 수 있고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타임은 이 경우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서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규모가 갑작스러운 디폴트에 의한 피해보다는 적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격 하락에 의한 손실은 이미 발생했으며 단지 은행들이 인지하지 못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일 탈퇴를 통한 유로존 부채위기 해법이 추구하는 것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파산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키지 않고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손실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의 최소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타임은 이러한 해법의 초점은 돈이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성에 맞춰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로 도입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독일이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옛 자국 통화인 마르크를 재도입할 경우 현 상황에서 마르크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해 독일의 수출경쟁력이 급속도로 악화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유로존에서 탈퇴하기 위해서는 독일을 제외한 다른 유로존 내 부유한 국가들이 그리스 탈퇴가 해법이 아니라고 판단해 독일에 유로존 탈퇴를 강요하는 쿠데타(?)가 일어나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타임이 가정한대로 그리스가 탈퇴할 경우 그리스에서 회수된 자금이 남겨진 유로존 국가에 투자돼 유로 강세를 유발할 지도 의문이다. 그리스에서 회수된 자금이 달러 등 다른 안전자산에 투자될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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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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