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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입문'하는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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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건국대, 경희대 등 교양강좌 강화

인문학에 '입문'하는 캠퍼스 지난해 11월30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글쓰기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각각 에세이와 서평 부문에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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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의 전설적인 CEO 스티브 잡스는 일찌감치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만이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곧 '인문학 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글은 지난해 신입사원의 6000명 중 5000여명을 인문학 전공학생들로 선발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즐겨 읽고, 고대역사와 문학 등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문학 바람은 한국의 대학가에도 불고 있다. '취업률'에 매몰돼 실용학문 위주의 특성화 교육을 펼치던 대학들이 다시 '인문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은 "취업과 관계된 실용학문 위주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비판적 사고와 소통능력, 민주시민으로서의 이해 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강화에 나섰다. 특히 가장 기초가 되는 글쓰기 교육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시킨다는 방침이다. 새학기 시작과 더불어 글쓰기 및 고전담당 강의초빙교수 23명을 신규로 임용하고, 기초교양강좌인 '작문과 발표'와 '고전세미나' 강의 및 강의교안과 교재 개발 등에 참여시켰다.


고전세미나 강좌는 학생들이 융복합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인문, 사회, 자연의 학문 계열별로 고전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수강인원도 30명 내외로 최적화하고, 글쓰기 센터와도 프로그램을 연계시켰다. 동국대는 내년에는 ▲인성 ▲융복합적 소양 ▲기초 학업능력 배양 등을 목표로 교양교육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도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 글쓰기 교육에 나선 상태다. 재학생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글쓰기 클리닉, 글쓰기 세미나, 한국 실용 글쓰기 검정 대비반,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글쓰기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인 글쓰기 클리닉은 도움을 요청한 학생들에게 담당교수가 3차에 걸쳐 지도 및 상담을 해주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국대도 최근 학제간 융복합 소양과 인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부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글로컬 소통·통섭교육원'을 출범시켰다. 이번 학기부터 교육원에서 교양 교과과정 개발과 다양한 교양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 학기 '교양 교과목 공모' 사업을 실시해 학문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교양 교과목을 폐지 또는 신설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기초교양', '핵심교양', '일반교양'으로 편성돼있던 교과과정을 개편해 ▲글쓰기와 외국어 등 사람과 문화간 소통역량을 높이는 '소통교양' ▲인문사회-과학기술-문화예술 등 학제간 소통 역량과 융·복합소양을 높이는 '통섭교양' ▲자기계발과 자아실현 역량을 높이는 '인성교양' 등 3가지 영역별 다양한 교과목 체제를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홍우평 글로컬 소통·통섭 교육원 원장은 "융복합 시대의 인재는 전문 지식과 능력은 물론 개인과 타인, 공동체를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아는 교양과 학제간 융복합 소양도 풍부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개교 72주년을 맞은 한신대학교는 기존 교양대학을 필수교양 전문 단과대인 '정조대학'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신입생 및 재학생들은 정조대학에서 개설하는 교양수업을 들어야 한다. 한신대 관계자는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적 군주로 꼽히는 정조의 이미지가 진보적 성격이 강한 한신대와 잘 맞아서 '정조대학'이라 이름을 붙이게 됐다"며 "또 정조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융건릉도 캠퍼스 인근에 있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커리큘럼도 흥미롭다. 직업, 노동, 죽음, 사랑, 돈 등 사람이 살면서 평생에 걸쳐 고민해야 할 화두를 주제로 선정해 강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돈 관련 강의에 경제학자와 철학자가 공동으로 강의하는 식의 팀 티칭(team teaching) 도입도 검토 중이다. 대학 관계자는 "이번 교양 과정 개편에 그동안의 학생들의 요구사항 등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에 '입문'하는 캠퍼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형강의 모습.



경희대는 이미 지난해에 국내 최초로 학부생의 교양교육을 총괄하는 통합교육기구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후마니타스는 라틴어로 '이상적 인간'이란 뜻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적 가치를 갖춘 실천적 지식인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부터는 경희사이버대에서도 신·편입생들을 이 '후마니타스칼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교양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경희대 재학생들은 졸업 전 총 35학점의 교양강좌를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이수해야 하며 특정 학점 이상을 이수한 학생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자유교양(liberal arts)학'을 기존 전공에 병행한 복수전공으로 딸 수 있다. 수업과정은 크게 중핵교과·배분이수교과·자유이수교과·기초교과로 구성돼 있으며 중핵교과는 인간의 가치 탐색, 우리가 사는 세계 등 인간·사회에 대한 기본이해를 탐구하고 기초교과는 글쓰기·영어·시민교육으로 구성된다.


도정일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과장은 "700~8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어야 되고, 수업시간에 평소에 접하지 못한 말들도 많이 나와 일부 학생들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70% 이상의 학생들은 오히려 만족해한다"며 "현재와 같은 매체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읽는 능력과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이 기본적인 교양 과목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대표적인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역시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2년 동안 공통 기초교육과정인 '포스텍 칼리지'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 등의 종합 교양 강화를 위해 인문사회학부 전임교수를 대폭 늘렸다. 또 인문학과 사회학, 과학기술을 연계하는 학제 간 공동연구를 지원하는 '인문기술융합연구소(HiT연구소)'도 지난해 설립해 운영 중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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