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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양말 신고 전철역서 벌벌 떨던 그 여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5초

'선거 서포터즈' 하루 동행해보니..

수면양말 신고 전철역서 벌벌 떨던 그 여자 한 정당 후보의 선거 서포터즈가 행인에게 공약이 담긴 명함카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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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수면양말에 목양말, 솜바지, 상체는 목폴라, 내복, 바람막이 점퍼와 얇은 패딩조끼까지 '4중'으로 무장했다. 손에는 당찬 구호가 적힌 색색의 판자를 들었다. 그리고 외친다. "기호 X번입니다!"

4.11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6일, 스마트폰에 표시된 기온은 영상 9도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처럼 느껴졌다. 서울 강북의 한 유세현장에서 만난 선거 서포터즈 이지선 씨(29)는 "이렇게 껴입고 있어도 춥다"고 말했다. 며칠 전 강풍에 눈비까지 쏟아졌을 때 가냘픈 체구의 동료는 추운 나머지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서포터즈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50분. 전날 당 사무실에서 전달받은 곳으로 바로 가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동안 출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유세를 시작한다.

유세를 하다 보면 가끔 경쟁후보의 서포터즈가 길 건너편에 서서 함께 목소리를 높일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상대방과 구호를 주고 받는 식으로 자연스레 '합'이 맞춰진다.


이쪽에서 말할 틈도 안주고 무조건 "우리편 잘났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초짜'다. 지난해 서울 시장 선거 때에도 서포터즈로 참여했다는 이 씨는 "구의원 부인이 경쟁후보의 서포터즈로 나섰는데 혼자서 목청을 높여 끊임없이 말하더라"며 "참 무례해 보였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에도 일종의 예절과 규칙이 있는 셈이다.


오전 9시가 되면 서포터즈는 소속 정당의 사무실에 들어와 언 몸을 녹인다. 철제 의자를 붙여놓고 누워 잠시 쪽잠을 자기도 한다. 이 시간이면 인근에 사는 주부 서포터즈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가사를 돌본다.


점심시간은 삼삼오오 모여 인근의 식당에서 주로 해결하거나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온다. 당 사무실에서 서포터즈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일당 외에 금전적인 지원은 선거법상 철저히 금지된다.


당 사무실 직원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 자칫하면 '향응'의 누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직원과 밥 한 끼 먹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 들어갔다는 말도 들었다"며 "후보끼리 작은 흠이라도 캐낼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있다"고 손사래를 친다. 옆에 있던 동료가 "선관위는 가만 보면 이런 세세한 것만 쌍심지를 켜고 보는 거 같다"고 거든다.


이 씨는 식사 후 서포터즈를 관리하는 조직국장으로부터 주말 홍보 전략을 들었다. 주말에는 전철역 등에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했던 아파트 지역을 돌아다닐 계획이다. 일요일에는 인근의 대형 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유세활동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저녁 퇴근 시간은 유세의 하이라이트다. 오후 6시부터 사거리에 서포터즈가 총집합해 유세를 시작한다. 인원도 아침보다 2배가 늘었다. 이씨는 "이따금 퇴근길 취객이 시비를 걸어올 때도 있다"며 "그럴 때는 모른 척 하면서 대꾸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께 그날의 선거운동이 끝나고 나면 이들은 뿔뿔이 집으로 흩어진다. 이 씨 역시 지친 기색이다. 그는 "한자리에 서서 몇 시간이고 있다 보면 무릎이 아프다"며 "선거가 끝나야 동료들과 뒤풀이를 할 것 같다. 지금은 집에 가자마자 바로 뻗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당은 밥값 2만원을 포함해 7만원이다. 이 씨는 "요즘 취직도 어려운데 어디 간들 돈 벌기가 쉽겠냐. 동네 아주머니들에겐 서포터즈가 좋은 부업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한편 오랫동안 모 정당의 당원이었던 이 씨와는 달리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서포터즈가 된 이들도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몬' 관계자는 "기획사나 경호업체에서 서포터즈를 모집대행할 때 어느 당에서 일하는지는 밝히지 않는다"며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당에서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포터즈 모집시 나이, 성별에 따로 제한을 두진 않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젊은 여성이나 주부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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