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세종시 출범전 앞다퉈 영업점 오픈
市 연간예산 2배 늘어…점포망 확충 등 유치 총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8000억원 규모의 세종시 금고를 잡아라!'
오는 7월 공식 출범하는 세종시의 금고를 선점하기 위한 시중 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자로 충남 연기군이 세종시에 편입됨에 따라 세종시의 연간 예산은 현재(3300억원)의 두 배 이상인 7000억~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각 은행들은 임시 영업점을 개설하거나 출장소를 영업지점으로 승격하는 등 점포망 확충에 나서며 금고 유치를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 물론 신한ㆍ우리ㆍ국민ㆍ하나은행 등이 세종시에 영업점을 개설하면서 세종시 금고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시중 은행들이 세종시 출범에 앞서 일제히 영업점을 오픈한 건 표면상으로는 세종시의 늘어난 금융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이지만 내심 세종시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융거래 네트워크를 확충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금고 선정 기준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가장 애쓰고 있는 곳은 농협. 전국 곳곳에 뻗은 영업점망을 기반으로 지방에서 경쟁력이 높은 농협은 지난 2006년 세종시에 개설한 출장소를 지난해 8월 영업지점으로 승격했다.
또 오는 5월 세종시 청사지점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이 지역에 영업점을 2개 이상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농협은 전국 지자체 금고의 90% 이상을 유치한 '최다 금고 은행'이란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세종시에 임시 영업점을 개설했다. 우리은행은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의 세종시 이전과 공무원거주 아파트단지 개발 등 세종시의 조성 일정에 맞춰 앞으로 추가로 점포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세종시로 이주하는 16개 공공기관 가운데 KDI(한국개발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등 3곳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등 대외신용평가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행정안전부 및 각 지자체의 지방세 관련시책의 수행 실적을 내세우는 한편 은행의 모토인 따뜻한 금융을 적극 알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 2월 28일 임시 영업점을 열면서 세종시 영업을 시작한 국민은행은 금고 유치를 위한 테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 본격 활동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특히 다음달 열리는 도원문화제 등 세종시 지역 주민을 위한 축제 및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이 지역 청소년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아울러 친환경 도시를 위한 자전거 도로 설치를 지원하고 공공자금 운용 수익의 환원을 통해 세종시 재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앞으로 세종시에 3개 이상의 점포를 신설할 예정이다.
다소늦은 감이 있지만 하나은행도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6일 세종시 첫마을 1단지에 영업점을 오픈한 데 이어 '세종시 원주민 마을 회고 사진전'을 열어 지역 민심잡기에 나섰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세종시 금고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며 "세종시 금고를 유치할 경우 신규 아파트 분양 대출에도 유리한 만큼 부수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월 총선 이후 세종시 시장이 결정되고 5월 행정안전부의 '금고지정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 가이드라인 나오면 은행권의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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