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도 수요 늘어 나홀로 호황 "감산계획없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고유가 등으로 석유화학 업계에 긴장감이 나돌고 있지만 '나홀로' 불황을 모르는 곳이 있다. 합성섬유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삼성토탈이다.
원유를 정제해서 나온 나프타로 만드는 PX는 다른 석유화학 제품과 마찬가지로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최근 중국 등에서 수요가 급등하며 수급이 모자랄 정도로 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8일 “지난달 PX 평균 가격은 t당 1600달러대로 2010년 기록한 800달러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며 “고유가 등으로 일부 업체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는 당분간 감산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4분기 에쓰오일은 PX를 하루 3만9300배럴을 판매했다. 직전분기 대비 20.8%나 증가한 실적이다. 에쓰오일은 올 1분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PX 생산능력은 연간 160만t이다.
PX 생산 능력 연산 135만t을 보유한 GS칼텍스도 올 1분기 정유 호조와 PX 강세로 영업이익 5894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3900억원을 달성했던 전분기 대비 5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PX 생산설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토탈도 당분간 감산계획이 없다. 내년 하반기까지 모두 1조6000억여원을 투자, 충남 대산공장에 연산 100만t 규모의 PX 생산설비를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이로써 삼성토탈은 PX생산 능력 연산 160만t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작년 연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PX 생산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PX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증산 때문이다. PX는 PTA의 핵심원료다. 최근 중국 내 PTA증설은 많은 반면 PX증설은 없어 수요가 고스란히 국내 업체들로 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PTA업체들은 2013년까지 총 연산 1000만t 정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생산설비 확충은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글로벌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동남아 지역의 목화 작황이 부진했고, 이는 합성섬유의 수요로 이어졌다. 합성섬유 폴리에틸렌의 원료는 PTA이며 다시 PX로 수요 확대가 이어진 것. 전방사업의 상황을 분석하고 설비 확대에 나선 투자 전략이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