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출판사들이 홍익대 일대에 북카페를 잇따라 열고 있다. 독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사라져 가는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출판사들은 북카페를 홍보 창구나 출판사 자체 공간,독자와 만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북카페를 찾는 독자나 방문객들은 독서는 물론,인터넷서핑,데이트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28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후마니타스가 홍대 주변에 북카페 '책다방'을 열었고 문학동네가 '카페꼼마'를 여는 등 주요 출판사들이 경쟁하듯 북카페를 열고 있다.창작과비평사는 서교동교회 인근에 '인문카페 창비'를 차렸고, 산울림소극장 근처 문학과지성사의 'KAMA', 자음과모음의 북카페 '자음과모음'도 문을 열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문을 연 후마니타스 책다방은 사무실과 북카페가 같은 공간을 나눠 쓴다. 카페 한가운데 카운터가 있고 편집부는 유리창으로 구분돼 있다. 처음부터 사무실 공간을 최소화하고 카페를 들이기로 결정했다.
정민용 후마니타스 주간은 "강독모임이나 외부인과의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영은 적자가 아니면 다행인 정도"라고 말했다.북카페를 돈을 벌기 위해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후마니타스의 얘기다. 정 주간은 "출판사에서 혼자 교정을 보면서 만드는 것보다 저자나 독자들과 끊임없이 접점을 가지는 쪽이 훨씬 즐겁지 않느냐"고 묻고 "책 만드는 과정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 북카페"라고 정의내렸다.
독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북카페를 만들었다는 설명은 다른 출판사도 같다. 문학동네의 '카페꼼마' 장으뜸 대표는 "출판사로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공간이 필요했다"면서 "책이 인터넷 상거래로 이용 가능한 기호품이 되어 가는 시대인 만큼 거리를 지나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놀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점점 희미해지는 책을 향한 관심을 복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인문카페 창비'의 매니저 정지연씨는 "음료사업을 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닌 만큼 책을 읽는 걸 보는 모습이 운영의 보람"이라면서 "경제이론으로 치면 손해보는 장사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살롱'을 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책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도서 홍보나 유통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간 상황에서 북카페는 출판사가 자체 홍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인문카페 창비'의 경우 창비출판사가 출간한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일주일에 한 번씩 계간 창작과비평 필진이나 작가, 시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강연회나 토론회 등의 행사를 연다. 지난 15일에는 창비문학블로그 '창문' 필진인 김두식 교수가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북카페를 찾는이들의 반응도 좋다.공간이 넓은데다 책을 읽을 수 있고, 과일주스류 등을 팔고 있어 20~30대가 특히 좋아한다.지난 25일 '카페 콤마'를 찾은 회사원 장모씨(30ㆍ여)는 "친구와 함께 갔는데 통유리로 2층까지 전부 노출된 외관이 시원했다"면서 "한쪽 벽에는 2층 높이까지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외국의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일주스류가 6000원대,커피류도 5000원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분위기도 있고 예술과 학술서적,경제관련 서적이 많아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손님들은 커플이 많았고, 여자친구들끼리 온 테이블로 몇몇 있었다"면서 "북카페지만 맥 컴퓨터를 열고 페이스북 등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북카페가 침체상태인 출판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수익과 함께 열성 독자들의 참여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꼼마' 장 대표는 "북카페가 많이 생겨서 책을 보는 문화가 늘면 문학동네의 수익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문카페 창비' 정지연 매니저도 "인문사회계열의 어려운 책을 많이 내는 만큼 독자들과 직접 만나고 연계해 책의 내용을 서로 공유하며 얻는 것이 많다"면서 "여러 출판사들이 북카페를 원하고 있어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진 장인서기자 sjkim@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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