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과 이란에게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오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미국은 북한에 어떤 적대적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더 이상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도발할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택은 북한 앞에 있고 그 선택은 북한이 해야 한다"며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이처럼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최근 북한이 2ㆍ29 합의를 깨고 미사일 실험을 강행키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북한은 핵ㆍ미사일 실험중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허용 등을, 미국은 식량지원 등을 약속했다. 북한이 이번처럼 협상 후 태도를 바꾸는 일에 대해서도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도 "평화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한 후 부인하고 기만했다"며 "NPT 가입국 가운데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이라는 걸 입증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란에게도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중국ㆍ러시아 등 관련국 정상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 물질을 줄이고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핵안보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핵무기 없는 세상'의 구체적인 협의체다. 지난 2010년 워싱턴회의에 이어 2차로 열리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북한과 이란 등 개별국가들을 정식의제로 다루진 않지만,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 등 각국 정상들과 회담에서 꾸준히 거론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핵암호를 가까이 두고 있는 군의 최고사령관으로, 동시에 두 딸의 아버지로 새로운 세상에 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핵테러를 막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테러리스트들의 핵 물질 취득을 원천 봉쇄할 것이며, 불법 핵물질 거래도 차단할 것"이라며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으로 알 카에다 등 핵무기를 취득하려했던 조직들이 점점 약해지기는 했지만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와 핵물질 제거를 위한 2년 전의 약속을 이행하고, 더 구체적인 수치를 공약으로 내걸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사전에 추첨을 통해 선발된 한국외국어대 학생과 대사관 관계자ㆍ취재진 등 900여명 이상이 몰렸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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