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봄날의 습격..타이밍 노린다
주식 신규계좌 증가..현금 쥐고 기회 엿보기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주식시장에 '신입 개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다 2000선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식계좌를 처음 개설하고 첫 발을 내딛는 투자자들의 규모가 주요 증권사에만 15만명에 육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이 풍부한 대기 자금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어 증시 하단을 방어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대를 확신으로 바꿀 만한 모멘텀이 발현된다면 적극적인 '사자'에 가세, 지수 레벨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자산 10만원 이상으로 최근 6개월 안에 거래 실적이 있는 계좌인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 14일 기준 1926만개다. 올해 초 1903만개에서 약 20만 계좌가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결과가 나타난 데는 15만명 가까이 유입된 '신입 개미'의 역할이 컸다. 주요 6개 증권사별 신규계좌 개설 상황을 살펴보면, 개미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키움증권의 계좌 수는 지난해 말 155만개에서 지난 14일 기준 161만개로 올들어 6만개 가량 늘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역시 올해 각각 2만3000개, 2만1300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 현대증권도 올들어 각각 1만2000~1만4700계좌 가량이 증가했다. 이들만 합해도 14만3400계좌로 전체 증권사의 신규계좌 개설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폭락으로 묶여있던 주식이 손실을 만회하면서 그간 개미들의 강한 '팔자'세가 이어졌다면,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새로 시장에 진입한 개미들의 '사자'세가 강도를 더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개인은 지난 1월 5조6349억원어치를 내다파는 등 강한 순매도 기조를 보이다 2월 1조2962억원으로 매도 강도를 줄였다. 3월 들어서는 지난 15일까지 2761억원 가량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신규유입자금 뿐만 아니라 올 들어 꾸준히 주식을 팔면서 마련된 현금 역시 풍부한 대기 자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 상승 국면에서 차익매물을 내놓으며 현금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했던 개인이 최근 꾸준히 주식을 팔면서 마련한 현금을 코스피가 지지선을 구축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을 취하고 지수 레벨에 적응하는 시간 역시 충분히 가지고 난 현 시점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서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큰 흐름에서의 기조 변화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개인이 적극적으로 주식에 유입될 환경은 마련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세자금 인상분이나 부채상환 등 자금소요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슈퍼개미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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