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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소송' 부추기는 전문꾼들 "성공보수 없애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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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공동주택 1000만가구시대의 자화상..무너진 아파트 공동체

'묻지마 소송' 부추기는 전문꾼들 "성공보수 없애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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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공동주택 1000만가구 시대다. 지난 58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 언덕에 '종암아파트'가 첫 등장한 이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는 지금 가장 보편적인 주거방식이다. 그러나 아파트에서의 삶은 단절과 갈등 등 수많은 문제로 얼룩져 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는 이제 없다. 아파트는 여전히 무주택서민들에게 내집마련을 위한 꿈의 대상이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숨차게 달려간 그곳에는 실상 탐욕이 이글거린다. 나누고, 서로 돕는 이웃들이 사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과시하는 뒷틀린 정서들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아파트가 주거 개념이 아니라 소유 개념에서 오는 문제들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속속 병들어 있지만 누구도 쉽게 해답을 내놓지 못 한다. 무너진 공동체 정신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다시금 반문하게 된다. 우리 아파트문화에 스민 병폐와 문제를 들여다 본다.<편집자 주>

◇ 소송은 어떻게 이뤄지나=지난 2009년 오산시 운암동 A아파트 주민 2000여명은 외벽 균열 등 총 213건과 관련한 하자보수소송을 제기했다. A아파트는 입주한지 9년이나 돼 하자의무보수기간 10년을 임박한 상태였다. 이미 마감재나 기타 하자관련 부분은 여러차례 보수를 했지만 의무기간이 끝나고 나면 시공사를 대상으로 요구할게 없어질 형편였다. 때 마침 하자분쟁 전문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전제로 소송을 전담해주기로 했다. 주민들로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소송에 동의했다.


지난해말 1심 재판이 마무리되자 주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당초 전문변호사는 가구당 수백만원씩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터였다. 총 손해배상금 청구금액은 20억원였으나 원고 일부 승소로 총 6억원에 배상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변호사 비용 1억3000만원, 안전진단 비용 8000만원을 제외하고 나자 실제 가구당 20여만원도 안 되는 돈이 돌아왔다. 주민들은 항소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지만 변호사만 더 배불리는 꼴을 될 것이라며 곧 포기하고 말았다.

A아파트의 한 주민은 "철저히 당한 이용당한 심정이다. 변호사의 말을 너무 쉽게 믿은 탓이다. 차라리 안 하니만 못 했다. 변호사가 추천한 안전진단 전문업체가 하자 내용을 부풀려다는게 법원 판결이고, 우리는 일단 소송을 하면 다 큰 이익을 보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라리 건설사에 하자보수를 제대로 해달라고 대화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돈 몇푼 받자고 고생만 한 꼴이라며 괜한 욕심을 부린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소송이 있기전 반상회 등에 자주 참석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소송하자고 앞장섰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 하자분쟁소송 이후 인심이 더욱 흉흉해졌다.


3년째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집값은 더욱 떨어졌다. 주민들중에는 리모델링해 집을 팔고 이사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간단한 수리조차 할 수 없었다. 판결이 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주민들이 눈치를 주기 일쑤였다. 서로가 은연 중 감시자가 된 셈이었다.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소송은 대체로 5∼10년 미만의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주가 이뤄진 직후 분양대금 정산소송과 함께 진행될 정도로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건설사들은 소송꾼이라고 불리는 변호사들이 입주자들을 부추긴 결과라는 의심을 감추지 못 한다. 하자보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W건설 관계자는 "이젠 여러개의 전문변호사집단이 생겨나 입주자들을 현혹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분개한다. 법조계에선 하자분쟁소송 전문 변호사들을 '기획변호사'로 칭한다. 이들은 주로 성공보수를 받으며 안전진단 전문업체(감정인), 건축사, 기술사 등을 거느리고 조직적으로 일을 진행한다.


이들은 주로 입주 5년 직전, 10년 직전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한다. 바로 하자 보수 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에 소송을 걸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수는 배상금액에서 받는다. 보수는 배상금액의 10∼20% 수준이다. 여기에 감정비를 별도로 받아간다. 한건당 1억원 이상을 챙기는 것이 보통이다. 심한 경우 성공보수비용이 3억원 이상을 넘어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완전히 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변호사도 많지 않아 한동안 수익이 좋았던 건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전문 법무법인도 생겨나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더라도 가구당 평균 130만원 정도 배상이 이뤄지고 있어 성공보수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현재 50여건의 하자분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입주자로부터 업무를 수주하는 사례다. 이들에 대항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그들은 입주자들과 맞대응해야하는 건설사들의 편에서 움직이는 이들이다. 현재 대형건설업체들의 경우 하자분쟁소송이 많게는 40여건, 적게는 20여건이 걸려 있다. 아파트 시공사 중에서 모든 업체가 하자분쟁소송을 진행중이라고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대체로 기획변호사들이 먼저 입주자들에게 접근, 계약한 후 일단 소송을 제기한 다음 안전진단 등 실시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 기획소송에 철퇴 ? 근절될 것인가=최근 이런 기획소송에 철퇴가 가해졌다. 그러나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변호사업계에서 하자분쟁소송은 로또로 알려져 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인데다 이를 집중 공략하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아서다. 초창기에는 하자소송 이해관계자인 입주자, 변호사, 감정인 모두 큰 이익을 보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에 일감 부족으로 경쟁이 심화되자 하자전문 소송으로 돌아선 변호사들이 출현했다. 변호사들이 안전진단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가 하면 안전진단업체가 변호사를 끼고 아파트 단지들을 돌아다니며 기획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안전진단업체와 변호사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면서 소송을 부추겨왔다.


이들은 대부분 성공보수를 조건으로 소송을 진행한다. 따라서 입주민들을 현혹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는 불법이다. 지난해 11월 의정부 지법은 '입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하자보수소송에서 이겨도 하자기획소송업체 등에 성공보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장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하자분쟁소송과 관련, 하자보수 보증금 청구소송과 손해배상소송으로 이뤄진다. 시공사들의 불만은 손해배상소송이 무리하다는데 있다. 실례로 2년전 대전 S시티 D아파트의 경우 손해배상청구금액이 130억원였지만 판결 금액은 6억원이었다.


기획변호사를 통해 소송한다고 해서 입주자들 전부 이득을 얻는 건 아니다. 2008년 경기 용인 A아파트(1100가구 규모, 2003년 입주)의 경우 20여억원의 창틀 맞춤 등 하자 소송을 제기, 3억원의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자적출비용 등 감정 및 재감정, 변호사 업무비용, 인지대 등 3억원을 들여 결국 남는게 없었다. 아주 드문 예지만 2007년 부산해운대의 4000여가구 규모인 G아파트의 경우 균열 등 손해배상을 40여억을 신청, 기각돼 결국 입주민들이 손해를 봤다.


정홍식 변호사는 "지금 청구된 소송의 10%만이 정상적인 소송으로 판단된다"며 "대체로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도 부분 패소 혹은 부분승소 판결하는게 현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콘크리트 균열이 없는 아파트란 없다. 물론 소송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타협의 여지도 없고, 과다 청구가 만연하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 해결책은 없나 ? = 시공사들은 수십건씩 소송에 처해 있어도 내놓고 말을 못 하는 처지다. 소송당한 배상금을 다 물어줄 경우 회사가 휘청거릴 판이다. 시공사들은 "집값이 오를 때는 소송이 줄고, 내릴 때는 더 많고, 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소송의 대부분은 입주민들과 기획변호사의 탐욕이라는 의견이다. 그래서 분쟁조정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민간기구로 이관된 '하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건수를 보면 지난해 10월현재 조정신청 263건 중 조정이 성립된 건수가 43%, 수용 결렬 12%, 나머지 45%는 분쟁조정신청 이후 시공사와 입주자간에 자체 해결됐다. 조정을 의무화할 경우 실제 소송건수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정을 거친 후 소송을 제기하는 '전치주의'가 도입되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 낭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소송이 진행된다하더라도 조정 내용을 법원이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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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기획소송의 경우 감정인들이 원고측에 유리한 감정을 하는 걸 막는 것도 숙제다. 시공사들은 "법원에서 지정한 제3의 감정인이 하자감정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법원조차도 분쟁의 소지에 휘말릴 수 있고, 입주민들이 반발할 경우 완충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애로가 있다. 이와 별도로 건설업계와 법조인들은 "현재 보상액만을 추구하는 소송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법원도 보상보다는 재시공, 적정 보수 관리 등으로 판결내용을 전환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언 변호사는 "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배상의학회의 사례처럼 부단히 토론 및 세미나를 통해 관련 자료를 축적, 적용할 경우 소송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의학회는 교통사고 장애율 판정이 들쑥날쑥한 사례를 줄이기 위해 관련 전문가, 보험회사, 대학교수, 의료계, 법조계 등이 모여 만든 학회다. 이 학회는 지난 90년대부터 10여년동안 부단히 관련 연구 및 세미나를 공동 수행해 자료와 기준을 정립해왔다. 이를 통해 각종 장애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고무줄 식 장애율 판정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교통사고 관련소송이 정상화된 것처럼 하자분쟁관련학회의 활동 강화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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