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상 경쟁력 체계적 정비..외국 인재도 도움되면 채용
올해 부산IDC센터 오픈에 집중..일본 금융백업시스템 유치할 것
[대담= 박성호 증권부장]각지게 쳐올린 옆머리와 정갈한 옷매무새가 영락없는 관료 출신임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말문을 열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는 평생을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 못지않다. 우주하 코스콤 사장은 경쟁력과 소통, 수익성 제고를 깊게 고민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증권 정보기술(IT)과 관련해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수장인데 '저렇게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코스콤 본사에서 만난 우 사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력과 기술력 확보'였다.
"글로벌 거래소들의 최첨단 IT 시스템 수준을 100%로 놓는다면 한국 IT 시스템은 아직 7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30%의 갭을 메우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우수 인재 채용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도 불사할 겁니다."
코스콤은 자본시장 IT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든 서비스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IT 토대를 구축하는 일 뿐 아니라 증권·선물·자산운용사 등이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 사장이 코스콤의 올해 첫 번째 목표로 꼽고 있는 것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고급 인력을 양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외부 교육 제도, 인사 제도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성과보상 제도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등 성과주의 도입에 비중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급 인력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국내 인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에서도 우수 인력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세대 매매체결 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 개발과 관련해 인도에서 IT 인력이 들어와 있는데, IT 분야는 업무 특성상 해외 인력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크게 문제가 없어 넓은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해외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목표는 국내 자본시장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미래 한국 자본시장에 꼭 필요한 정보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세계 주요 거래소의 속도경쟁으로 '주문처리 속도 마이크로세컨드(μs) 시대'가 열렸다. 자본시장 IT 환경이 초고속 트레이딩 환경으로 변화함에 따라 코스콤은 저지연(Low-Latency) 관련 기술과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관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과의 M&A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우 사장은 "세계 유동성이 각국 자본시장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이동하고, 고빈도거래(HTF) 등 새로운 거래기법이 가능하게 된 것은 IT의 발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IT 시스템이 뒤처진다면 해당 자본시장에서는 더 이상 거래가 원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NYSE테크놀로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역시 이를 위해서다. 전략적 제휴관계를 통해 '글로벌 금융네트워크 연계' 및 '금융정보 서비스 확대' 등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코스콤의 포석이다. 우 사장은 "미국,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주요 거래소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NYSE테크놀로지는 '세계를 연결시켜 유동성 허브를 만드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IDC센터 오픈은 올해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오는 6월 한국거래소가 부산 파생라우터에서 주문을 접수하는 시점에 맞춰 코스콤 역시 부산IDC의 문을 열 예정이다. IDC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된 인프라, 네트워크, 시세 제공, 보안관제, 장비임대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설비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부산IDC를 통해 일본 금융기관의 재해복구 시스템 유치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 사장은 "거래소 간 이합집산이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백업 시스템을 부산으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며 "제휴사인 일본 KVH를 통해 일본의 IDC 서비스 전체를 가지고 올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재직하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IDC센터에 전자파(EMP) 공격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그는 "전자파 장애로 IDC 시스템이 중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어 시설을 하게 되면 안전성도 보장되고 해외투자 유치에도 훨씬 더 명분이 생겨 비용 등을 검토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만난 코스콤의 한 직원은 "관료 출신 사장이 저렇게 일욕심이 많을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 사장이 바꿔 나갈 코스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정리=김유리 기자 yr61@
사진=윤동주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