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현대차 묘한 평가.."얕보진 않지만 위협적이지 않다"
[뮌헨(독일)=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1위인 BMW그룹이 현대자동차에 대한 미묘한 평가를 내놔 주목된다. 지난해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가 꺾이며 자동차 수요가 둔화된 유럽지역에서 유독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현대차를 얕잡아 볼 순 없지만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라며 분명히 했다.
이안 로버슨(Ian Robertson) BMW 세일즈 마케팅 총괄사장은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BMW벨트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현대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독일 기업 입장에서 경쟁업체를 얕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는 상당히 성장하는 기업으로 특히 대량 대규모 분야에서 그렇다"며 "항상 경쟁업체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귄터 지만(Guenther Seemann) BMW 아태평양지역 담당 부사장도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며 "성장 추세가 장기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것은 현대차의 품질 향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MW그룹이 현대차를 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유럽시장에서 현대차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1월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지역에서 각각 3만3204대와 2만2061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5.5%(현대차 3.3%, 기아차 2.2%)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시기 BMW그룹은 5만3494대를 판매해 5.3%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성장세와 품질 등을 발판 삼아 독일 고급차 수준으로 차 값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BMW 320d의 가격을 듣고 "비싸다. 그게 다 (BMW의) 작전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버슨 총괄사장은 "미래 전략을 개발하는 데 있어 (현대차 등) 모든 경쟁사를 주시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현대차와의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논하는 것에 거리를 뒀다.
헤르베르트 디이스(Herbert Diess) BMW R&D 담당 총괄 사장 역시 "기아차 K9의 디자인이 우리와 비슷하다"며 "또 아직은 현대차와는 10년의 기술격차가 난다고 본다"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 심리를 드러냈다.
한편 로버슨 사장은 "한국은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장벽이 없는 열린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BMW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공장을 지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BMW는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높여나갈 것"이라며 "6시리즈 그랑쿠페와 개인별 맞춤형 7시리즈 등 럭셔리 라인업을 강화해 럭셔리 자동차 고객층을 끌어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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