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통 '오늘통닭' 손영순 대표
-고객 10명 중 7명이 단골
-옛 '삼성통닭' 이름 바꿔
-가맹점사업 확대 새 도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1977년에는 닭 한 마리를 가마솥에 통째 넣고 튀겨냈었죠. 35년이 지난 지금이요? 가마솥만 빼고는 변한 게 없어요. 그때의 손맛이나, 통닭을 쪼개지 않고 그대로 튀겨낸다는 점이나 그대로입니다.”
일 년에 수십, 수백 개의 신메뉴가 출시됐다가 사라지는 한국의 외식업 시장에서 35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고집하는 이가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입맛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오늘도 닭을 정통 방식 그대로 '통째' 튀겨내는 손영순(62·사진) 오늘통닭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13일 수유본점에서 만난 손 대표는 “10년 전 아버지가 사주곤 했던 맛을 잊지 못해 타 지역에서 오는 손님도 있다”며 “10명 중 7명이 단골고객”이라고 말했다.
1977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삼성통닭'으로 첫 사업을 시작한 손 대표는 지난해 11월 '오늘통닭'으로 브랜드명을 새롭게 변경했다. 오늘통닭은 현재 3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명을 새로 바꾼 것도 고객에게 더욱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왜 굳이 '통닭'이었을까. 젊은이들을 겨냥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다면 다른 업체들처럼 통닭 대신 '치킨'을 내세울 일이었다.
손 대표는 “유년기에 즐겨 먹던 통닭의 느낌을 그대로 잇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치킨업체들이 새로운 맛을 강조하며 오븐에 굽거나 독특한 소스 등을 개발하는 사이, 닭 그대로의 육즙과 맛을 살리는 업체들은 점차 맥이 끊겼다는 것. 오늘통닭은 말 그대로 닭 한 마리를 통째 튀겨낸다. 타 업체들이 닭고기를 부위별로 조각내 튀기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토막 낸 닭고기 튀김'을 연상시키는 치킨을 버리고 어쩐지 기름 냄새가 폴폴 날 것 같은 통닭을 내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손 대표는 “조각낸 닭은 통째로 튀길 때보다 튀김옷이 많이 묻어 손님들은 결국 닭 살코기보다 부침가루를 더 많이 먹게 된다”며 “통째 튀긴 닭은 육즙이 살아 있어 원육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죽죽 뜯어가며 먹는 재미까지 있어 십수 년 된 단골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매장을 찾는 고객 중 70% 이상이 단골이다.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 '365일 언제 찾아가도 항상 문이 열려 있는 곳'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 35년간 수유점에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지금까지 매장을 쉰 경우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아들 결혼식 때, 딱 두 번뿐이다. 설 연휴에도 꼬박 문을 연다. 혹여 '명절날 친정을 찾은 아무개씨가 10년 만에 오늘통닭의 통닭 맛이 그리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1만4000원짜리 통닭 한 마리 팔아 손에 쥐는 이윤은 몇 천 원뿐이지만 '고객과의 신뢰'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손 대표는 이 고집을 꺾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손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70~80년대 즐겨 먹던 '통닭' 맛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바람에서”라며 “올해 50여개 매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찾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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