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빚에 허덕이는 공기업이 이익을 남겼으면 응당 빚을 갚는 데 쓰도록 하는 게 정부의 바른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곶감 빼먹듯 날름 배당을 받아갔으니 과연 정부의 행태가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LH는 지난해 80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정부에 624억원을 배당했다고 어제 밝혔다. LH가 정부에 이익을 배당한 것은 2009년 10월 통합 이후 처음이다. 공기업도 이익을 남겨 주주인 정부에 배당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LH는 다른 공기업과 사정이 좀 다르다. LH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30조5000억원에 이른다. 말 그대로 빚더미에 올라선 기업이다. 지난해 이자로 나간 돈만 4조원에 달할 정도다.
정부가 통합 이후 LH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하는 한편 2010년도와 2011년도 등 2년간 배당을 면제해 준 것은 LH의 막대한 부채와 대출이자 부담, 사업 조정 등을 고려한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 조정과 택지ㆍ주택 판매 증가로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는 이유로 빚 갚는 데 쓸 수 있는 이익을 배당하도록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LH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LH의 부채는 2010년 12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에도 9조원가량 늘어나는 등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461%에서 468%로 높아졌다. 특히 LH의 부채 중 상당 부분은 정부의 수익성 없는 사업을 떠맡은 결과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올해 신규 사업 추진과 자금 여력 등을 감안해 배당금을 면제해 달라는 LH의 요청을 거부하고 배당을 챙겼다.
한편으로 LH의 영업실적도 의아하다. 하루에 이자만 100억원이 나간다면서 어떻게 해마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나. LH는 통합 원년인 2009년 6801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2010년 3733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8054억원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공기업은 이익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본연의 공적 역할에 충실하는 게 우선이다. 빚타령을 하면서 속으로는 땅 장사, 집 장사로 큰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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