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언론에서 인도 경제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다. 기사 제목들을 보자. '인도경제 추락 어디까지?' '인도 성장률 곤두박질' '흔들리는 인도 경제' '인도 경제 총체적 난국 맞았다' '인도 경제 짙어지는 먹구름' 등 온통 비관적 제목 일색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올해 인도 경제가 6% 이하의 성장률을 나타내 1970ㆍ80년대 수준으로 굴러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 경제가 1991년 개방 이전의 저성장 시대로 돌아갈 것이란 말이다. 이들 기사만 보면 인도 경제가 조만간 큰 위기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언론들이 인도 경제를 이처럼 부정적으로 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난해 예상 성장률 하락과 증시 폭락, 고물가, 대규모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부정부패,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 경기 지표들을 보고 인도 경제가 마치 큰 위기에 처한 듯 보도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이다. 최근 경기 지표를 볼 때 인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분명하다. 인도 정부는 2011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경제성장률이 6.9~7.5% 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0년의 8.4%에 비해 0.9~1.5%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성장률 하락은 구조적 위기라기보다 경기순환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성장률이 여전히 중기 추세선(6~9%)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증시 폭락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인도 증시는 약 24%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여전히 2배 가까이 오른 상태이고, 특히 새해 들어선 16%나 급상승했다. 즉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지난해 상황을 근거로 기사를 쓰고 있다.
고물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도 물가는 지난 2년간 9% 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0년 3월부터 연속 13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 물가는 지난해 말부터 빠른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7.47%를 기록한 후 지난 1월에는 6.55% 상승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식품 가격이 상승 대신 0.5%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인도중앙은행(RBI)이 경기부양을 위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대보다 적은 FDI 액수도 인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도에의 FDI는 2010년 210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인도에의 FDI는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해 4~11월 8개월간 228억달러가 유입돼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62%나 급증했다. 이달 말 끝나는 2011년 회계연도 FDI는 35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고질적 부정부패 문제도 흔히 인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부정부패는 개발도상국에선 흔한 문제로, 심지어 이탈리아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도 심각한 구조적 부패를 목격할 수 있다.
반면 앞으로 예의 주시해야 할 인도 경제의 주요 문제점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다. 이들은 과거 인도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던 주범이다. 인도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6%, 무역적자는 3.6% 내로 묶어두려 한다. 과거 추세로 볼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다른 불안요인과 결합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
인도 경제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설킨 '맛살라 경제'다. 그럼에도 1991년 개방 이후 높은 성장을 구가해 왔다. 문제가 적지는 않지만 단기적 지표들만 보고 곧 위기가 닥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인도 경제를 중장기적으로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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